“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 부당한 언론에 굴복하지 않겠다.”

지난 8일 오후 8시 서울 성공회대 운동장. 배우 문성근씨와 명계남씨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요 연설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려줬다. 운동장을 쩌렁쩌렁 울리게 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비판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실제 발언한 내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론권력에 맞섰지만,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 콘서트가 열린 이날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언론의 ‘특별한 관계’는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오후 7시로 예정된 이날 콘서트는 7시45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성공회대 운동장에 마련된 좌석과 운동장 스탠드는 이미 시민들로 가득 들어찼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이곳을 찾았고, 아빠 엄마 손을 잡고 노란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 화가 임옥상 씨가 꼬박 3일 동안 매달렸다는 무대배경은 1년전 장례식때 지지자들이 노란 리본에 글씨를 써서 매달았던 것을 모아 그물위에 밀집모자를 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치열 기자 truth710@  
 
‘잊지 않겠습니다. 노무현’이라고 쓰인 노란색 종이를 펼쳐든 이들부터, ‘한명숙을 지키자’ ‘사람사는세상’이라고 쓰인 손간판을 든 이들까지 모여 있었다.

6월2일 지방선거를 한 달 가량 앞둔 가운데 열린 행사라는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 수사’ 논란 속에 서거한 가운데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까지 ‘정치 수사’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는 점에서 이날 콘서트는 정치와 선거에 대한 관심이 주요 화제가 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7시7분 지하철 온수역을 나서 성공회대까지 걸어왔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백원우 의원 등이 동행했다. 길을 걷던 시민들은 한 전 총리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공연시작전 성공회대학교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7시20분께 성공회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술렁였다. 박수를 쳤고 환호를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가장 환호를 받았던 인물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콘서트 ‘보컬’로 참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선거법 문제 때문에 직접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다. 이날도 아마추어로 구성된 프로젝트 ‘사람사는세상’이 무대에 올랐다.

기타를 담당한 정연주 전 KBS 사장, 드럼을 담당한 조기숙 청와대 전 홍보수석, 건반을 담당한 정은숙 교수, 섹소폰을 담당한 여균동 영화감독, 보컬을 담당한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 그리고 성공회대 총장 출신인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보컬), 정연주 전 KBS 사장(기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드럼), 여균동 영화감독(색소폰)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밴드 '사람 사는 세상2'가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그룹 해바라기의 <뭉게구름>을 불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보다 더 관심을 모은 인물은 보컬을 주도했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던 이날 콘서트에 민주노동당 현역 국회의원이 무대에 오른 것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특별한 사건이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검찰의 ‘정치수사’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부터 이정희 의원은 ‘한명숙 공대위’에 참여해 그를 도왔다. 이정희 의원은 이날 콘서트에서도 아마추어답지 않은 가창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콘서트에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음악인들이 참여해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추모했다. YB의 윤도현씨는 “음악을 통해서 힘을 드리고 싶었다. 우리가 가는 길에 최선을 하는 게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수 안치환씨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때문에 훼손되는 자연의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또 이한철, 강산에, 노래패 우리나라 등 여러 가수들이 나와 자리를 빛냈다. 

   
  ▲ YB밴드의 윤도현 씨가 노래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가수 안치환. 이치열 기자 truth710@  
 
   
  ▲ 문성근, 명계남.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낮에는 여름을 연상하게 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밤이 깊어지자 성공회대 현장은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간편한 옷차림으로 현장을 찾은 이들에게는 추위를 느낄법한 날씨였지만, 서로의 남다른 체온을 느끼며 현장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 콘서트는 8일 서울을 시작으로 9일 광주, 15일 대구, 16일 대전, 22일 경남을 거친 후 1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23일 부산에서 마무리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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