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6명의 장병이 희생된 천안함 침몰 사건을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 초기만 해도 신중한 대응을 당부하면서 섣부른 여론몰이를 경계했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대응기류는 180도로 바뀌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오전 국방부에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대통령이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건군 이후 최초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도 하지 않았던 일을 대통령이 강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전군지휘관회의 발언 수위도 만만치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까지 분명한 사실은 천안함은 단순한 사고로 침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주장은 사실상 북한의 공격을 암시하는 것이란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발언의 주체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는 이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서 중대한 국제 문제임을 직감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원인을 밝힐 것을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했다"면서 "원인을 찾고 나면 나는 그 책임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회의실에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한민구 육군참모총장, 김태영 국방부장관, 이 대통령, 이상의 합참의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원인을 찾고 나면'이라는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여전히 원인을 차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중대한 국제 문제' '단호한 조치' 등 정치적 수사에 강조점을 뒀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국 주요 지휘관들 앞에서 이러한 발언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한 중대한 국제문제를 직감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런 주장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사건 초기 북한 개입설에 선을 그은 쪽은 청와대이기 때문이다. 또 3월26일 사태가 터지자마자 중대한 국제문제를 직감했다는 대통령이 4월4일 종교편향 논란 속에 소망교회 부활절 예배를 직접 참가한 것도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대통령 개인의 종교활동을, 그것도 종교편향 논란을 예상하고도 강행할 만큼 한반도 상황이 여유로운 상황이었는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대통령의 소망교회 예배 직접 참석은 대통령 취임 이후 2년만이다.

 

   
  ▲ 중국 방문 이틀째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오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연면적 7천683㎡)에서 입체홍보영상물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5월1일 중국 엑스포도 다녀왔다. 대통령이 인식하는 것처럼 위중한 상황이라면 국군통수권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게 합당하지만, 기자들과 함께 중국 엑스포를 둘러보고 돌아왔다.

청와대의 이런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내부의 안보 태세와 안보의식은 이완되어 왔다. 안보 대상이 뚜렷하지 않도록 만든 외부 환경이 있었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군 내부의 혼란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기 3년 차의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 책임을 돌리려는 모습도 따져볼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국에 주요 방송사 생중계로 전해진 이날 회의에서 안보태세 강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군통수권자로서 합당한 주장으로 보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현실을 놓고 볼 때 '어색한 장면'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통령 본인부터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면제자인데다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도 군면제자이다. 게다가 정운찬 국무총리도 군면제자이고, 안보의 책임자격인 국가정보원 원세훈 원장 역시 군면제자이다.

이명박 정부를 '병역면제 정부'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불안과 공포를 부추기는 발언을 이어가자 야권은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대통령과 군 당국과 극우호전세력들이 아무리 예단하여 자신들이 유리한 대로 정국을 끌고 가려하여도 6.2 지방선거에서 총체적인 정권심판의 거대한 민심을 막을 길은 없다. 이제라도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은 진상조사 과정과 내용을 국민에게 자세히 알려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안보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2지방선거에서 자력으로는 승리할 가능성이 적다 보니 안보마케팅을 통한 불안조장선거, 위기조장선거로 선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안보 무능정권이 보다 근본적으로 안보태세를 바로잡기 위한 반성과 새롭고 획기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 쇼 하듯 회의만 몇 번 하는 방식으로는 이번에 뚫린 국민의 자존심이 결코 회복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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