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가 인양되면서 수많은 해군 장병이 피부색이 바다빛으로 변한 채 귀환했다. 꽃다운 청춘들이 비극을 맞은 것에 깊은 애도와 함께 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천안함 선미 인양후 수구 언론과 수구세력은 사고원인이 어뢰로 좁혀졌다면서 북측의 소행으로 단정짓는다. 상어급 잠함으로 지목하면서 단호한 응징을 주장한다. 천안함 사고합동조사단도 사고 원인이 외부 충격에 의한 가능성이 높다고 16일 발표했다. 사고원인에 대해 열려있던 모든 가능성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그간 거론되던 내부 폭발, 암초, 선박 노후 등의 가능성은 배제되고 사고 원인은 어뢰, 폭뢰로 압축되었다. 외부 폭발가운데 폭뢰보다 어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국적 합동 조사단이 아직 정상 가동되기도 전이지만 이미 결론의 윤곽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사고의 진상 규명은 신중해야 하고 예단은 금물이다. 의외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함미 인양에 따른 물적 증거로 미뤄 외부 폭발로 좁혀졌는데 외부 폭발을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기 앞서 사고 당시의 특수 상황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사고 지역은 수차례에 걸친 남북 해군의 교전으로 인해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NLL(북방한계선) 근방이다. 비극이 발생한 지난달 26일 밤 사고가 난 서해안 백령도 부근은 한미연합군이 행하고 있던 군사훈련 '독수리연습' 등으로 긴장이 크게 고조된 상태였다. 당시 천안함은 한미연합사가 30일까지 벌이고 있던 독수리연습 작전에 참여 중이었다. 이 작전은 8일부터 18일까지 실시된 ‘키 리졸브(Key Resolve)’ 한미 연합작전에 이어 실시되고 있었다. 키 리졸브 작전은 작전계획 5027에 따른 것으로 북한군 궤멸과 북 정권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매우 공격적인 북침 전쟁연습의 성격을 띄고 있다.

사고 당시 한미연합 해군이 포진해 작전을 전개하던 상황이어서 북한이 잠수정을 침투시켜 사고를 유발한다는 것은 군사적 상식에 비춰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사고 직후 대잠함 '링스헬기'가 현장으로 출동했고 사고함 부근에 있던 속초함이 76mm 포를 ‘새떼’에게 발포한 상황을 고려하면 북 잠함이 어뢰를 발사하고 도주했다는 것도 상상키 어렵다. 군사작전은 극히 구체적인 것이다. 어뢰에 의한 사고라면 어뢰를 발사한 주체 등에 대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특히 사고 당일 미해군의 최첨단 전함 이지스함 2척이 '한미 독수리훈련'에 참가하고 있었다. 이는 해군 2함대사령부가 밝힌 사실이다. 미 이지스함은 지난 19일 평택항에 입항해 2함대 장병 및 군 가족, 시민을 대상으로 함정 공개행사를 가진데 이어, 지난 23일부터 서해상에서 본격적인 훈련에 참가했으며 독수리훈련을 마치고 오는 28일 돌아갈 예정이었다(연합뉴스 2010.3.26). 이런 사실에 비춰 미군은 어뢰 발사함과 관련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지스 함은 동시에 최고 200개의 목표를 탐지·추적하고, 그 중 24개의 목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천안함 사고 발생이전에 벌어진 한미 합동훈련에는 한국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최신예 전투함인 최영함, 윤영하함과 2함대 배속 함정이 참가해 대함 및 대공사격, 해양 차단 작전 등 다양한 해상 훈련을 벌였다는 점도 분명 고려되어야 한다. 가공할 전투력을 갖춘 이지스함이 세 척이나 사고 해역 부근에서 작전 중이었는데 북한 잠수정이 작전지역에 침투해 어뢰를 발사했다? 이는 북한이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잠함을 가지고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고 발생 후 미국과 중국은 천안함이 원인 불명의 폭발로 침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국무성 부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개입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언급했고 중국은 관영 신화뉴스를 통해 원인 불명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사고 직후 발생원인의 범위를 좁힌 것은 이지스함 등에 의한 정보에 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중국 또한 한미 연합작전에는 신경을 쓰는 입장으로 전략적 차원에서 훈련을 주시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입장이 최근 변하고 있다. 미국은 6자회담과 사고를 연관 지으면서 북한의 개입 가능성 쪽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북에 대한 분명한 압박전이다. 미국이 자국의 최첨단 전함 작전중 터진 사고에 대해 시간이 흐르면서 말을 바꾸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왠지 궁색해 보인다. 미국이 6자회담과 평화협정 추진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달성하려 한다면 이번 사고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냉전논리에 편승한다던지 북한을 더욱 궁지에 몬다는 취지에서 잔머리를 굴려서는 안 된다.

일부 수구세력은 비극적 사건의 원인에 대한 다국적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북한 아니면 누가 어뢰를 쏘았겠는가’하는 논리로 대북 증오감을 증폭시킨다. 차분히 접근하는 태도는 그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을 귀신같은 작전을 성공시킨 장본인으로 몰아가기 위해 억지 논리와 비현실적인 상상력을 실제인양 언급한다. 이는 비극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추악한 짓이다. 비극을 당한 젊은이들의 희생을 발판삼아 냉전논리를 증폭시켜 정치적인 불로소득을 취하려는 태도다.

사고 발생 후 정부와 군은 무능, 말바꾸기, 의혹과 유언비어 양산의 원인 제공으로 한나라당에서 조차 국방장관 인책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군은 사고후 30여시간 후 구조작업에 착수하고 사고 지점 부표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으며 사고 발생시간도 계속 변경해 국민의 원성을 샀다. 군은 특히 무능과 거짓말을 군사비밀을 구실로 호도했으며 결정적인 대목에서 북한의 원인 제공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흘렸다.

한미 두 나라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반도 정전협정의 지속이 얼마나 참담한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직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평화협적 대체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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