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무죄판결을 받자 보수단체와 한나라당 의원이 흠집내기에 나섰다. 심지어 재판 준비하느라 서울시장 공약 준비는 제대로 하겠느냐는 식의 본말이 전도된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은 9일 오후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 소식이 알려진 이후 발표한 논평에서 "애초에 '친분관계가 없다'던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은 매우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며 "곽 전 사장의 골프회원권을 무료로 이용했고, 곽 전 사장을 총리 공관에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은 "재판 도중 한 전 총리가 거짓말을 한 사실도 연달아 확인됐다"며 "이는 이번 재판의 유무죄를 떠나 한명숙 전 총리가 도덕적으로 하자투성이었다는 것을 입증한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 8일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올린 '시민법정서 한명숙 피고인은 유죄'라는 글에서 한 총리 측이 그동안 발언했던 내용이 재판과정에서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단돈 1원도 받은 일이 없다' '한명숙의 진실을 믿고 안심하길 바란다'고 했던 한 총리의 말을 들어 "과연 진실일까"라고 물었다. 진 의원은 "지금까지 한 전 총리가 스스로 인정했거나, 사실로 드러난 부분"이라며 △2002년 반포동 골프샵에 따라가 골프 모자 선물 △2004년 4월6일 받은 100만원 후원금 △2008년과 2009년 사이 곽씨가 회원인 제주도 고급 골프 빌리지를 26일간 이용(일반이용객 기준으로 모두 1716만 원어치의 숙박비) △이때 30여 만원 상당의 골프 라운딩 그린피 대납 등을 들었다.

진 의원은 "이 정도면,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으로부터 단돈 1원도 받지 않았다는 말은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5만 불 수수의 유무죄와 별도로 거짓말을 한 데 대해 공인으로서의 도덕성은 무너졌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그래서 한명숙 피고인은 시민법정에서는 유죄"라고 했다.

진 의원은 또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가 골프 빌리지를 무상 이용하고, 골프비용을 일부 대납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법률적으로는 사후수뢰죄에 해당된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며 혐의와 무관한 내용까지 동원했다.

무엇보다 진 의원은 "'일산의 자존심'을 내걸고 2년 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기도 일산 지역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던 한명숙 전 총리가, 낙선 후 2년이 지난 지금, 이번엔 경기도가 아닌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한다"며 "재판에 집중하느라, 과연 서울 발전을 위한 공약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진 의원은 "현재 민주당에는 서울 지역 국회의원 출신으로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준비 중인 후보들도 있다"며 "그런데도 민주주의의 기본인 후보 경선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직 수뢰 여부를 가리는 재판에 서울시장 선거 승리의 목을 매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울시민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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