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9일 오후 '곽영욱 사건' 연루 의혹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지난 2006년 12월20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징역 5년에 추징금 5만 달러를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는데다, 검찰 역시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곽영욱 전 사장이 '5만달러를 줬다'는 주장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면서 "곽영욱 전 사장이 위기를 모면하려 기억과 다른 진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13차례에 걸쳐 공판을 열었고 사상 처음으로 총리공관 현장검증도 했다.

   
  ▲ 한명숙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검찰이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곽영욱 전 사장 진술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는데, 공판 과정에서 진술이 오락가락 하면서 언론 쪽에서는 '무죄 선고' 가능성을 높게 점쳤던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라는 점에서 정치권과 언론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사안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5월23일)를 앞두고 검찰의 강압수사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법원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다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모 건설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논란을 자초했다. 대법관을 지낸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왜 검찰은 이렇게 졸렬한 짓을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9일 논평에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전직 총리를 인격 살인하는 검찰의 행태를 보며 검찰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회적 과제임이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검찰이 절제와 품격을 잃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검찰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이는 한 전 총리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 대다수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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