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촛불을 빼앗긴 일부 참석자들이 아이폰을 꺼내들고 촛불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흔들기 시작했다. 경찰은 당황했다. 휴대전화 단말기를 시위용품으로 보기 애매한데다 거의 100만원에 육박하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 이를 빼앗게 되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게 뻔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휴대전화 화면에 촛불을 띄웠다는 이유로 빼앗기에는 명분이 부족하기도 했다. 아이폰은 배터리 탈착도 안 돼서 경찰을 더욱 당혹하게 만들었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촛불 관련 어플리케이션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대부분 무료거나 1달러 정도면 구매할 수 있는데 진짜 촛불처럼 시간이 지나면 녹아내리고 아이폰을 흔들면 촛불도 따라서 흔들린다. 일부는 바람을 불어 끌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만약 경찰이 이를 알았다면 아이폰 촛불도 불어서 끄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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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앱스토어에는 수십여종의 촛불 어플리케이션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무료거나 1달러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iloung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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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촛불집회의 기원은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 무참하게 숨진 미선․효순양의 넋을 위로하자는 한 누리꾼의 제안으로 시작된 촛불은 한미FTA 반대 집회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집회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촛불은 미선․효순양의 영혼을 의미하는 동시에 어두운 현실에 불을 밝힌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 촛불 어플리케이션 가운데 하나인 캔들 프레임. 입으로 바람을 불면 꺼진다. 가격은 무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