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천안함 침몰사고는 일주일이 지나고 있지만 구조소식은 없고 각종 설과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뉴스는 혼란을 부추기고 카메라는 절제없이 실종자 가족들의 근접촬영으로 ‘애통해하는 표정’을 연일 담아내고 있다.

신문과 방송은 날마다 새로운 추측과 가설로 소설 수준의 ‘만약....했다면’ 식의 논법을 예사로 올리고 있다. 정부와 군의 발표는 때로 납득하기 힘든 말들, 일관성없는 주장을 내세워 혼란을 가중시키는 식이다. 여기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가능성이라는 전제로 추상적인 주장을 검증없이 보태고 있다.

군 관련 취재에 제한을 받고 있고 현장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매스컴에서 보도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방송사는 대대적인 시간을 할애해서 거의 모든 뉴스시간을 천안함 침몰에 연일 올인하고 있다. 신문도 파격적인 지면을 할애해서 다루다보니 ‘믿거나 말거나’식의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물론 그만큼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룰 수 밖에 없는 사안이라는데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군당국의 정보통제, 이에 대조적인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행태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는다. 진실을 찾아내는데도 별 도움이 되지않으며 오히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북한까지 끌여들여 민족적 적대감만 심화시킬 뿐이다. 군당국의 정직한 정보공개와 함께 언론의 절제와 인내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의 절제는 먼저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근접촬영 금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신문마다 실종자 가족들의 통곡하는 얼굴사진을 대형으로 보도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 논란을 유발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없이 근접촬영하여 신문에 보도할 권리가 언론사에 무제한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에서는 ‘애도’를 전달하기 위해 원거리 촬영은 허용하지만 얼굴을 클로즈업 시키거나 방송카메라가 근접 촬영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실종자 친인척까지 찾아다니며 취재에 나서고 있다고 항의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무슨 용도로 왜 이들까지 취재 대상이 돼야 하는지 언론사의 자제가 아쉽다.

한국 언론의 전매특허가 된 추측성 보도에 대한 절제가 실제 제작에서 나타나지않고 있다. 천안함이 왜 침몰했는지 언론사마다 각종 추측을 내보내고 있다. 내부폭파설에서부터 이름도 생소한 어뢰, 기뢰, 폭뢰가 등장하더니 해도에 나타나지않은 암초때문이라는 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다 천안함이 침몰한 까닭은 선박 노후화에 따른 ‘피로 파괴’(fatigue fracture) 현상 때문이라는 제3의 가설이 제기됐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많은 가설과 추측, 제3, 제4의 주장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지 알 수 없다.

여기다 정부도 일부 언론에서도 점점 더 ‘북한 도발설’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 ‘고의든 우발이든 북한이 책임있다’식으로 몰아가는 모습이다. 일반 여론조사나 전문가 여론조사란 이름으로 북한에게 책임떠넘기기식은 매우 위험하다. 북한 개입이 확인될 때까지 언론이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그 대상이 누구든 애꿎은 희생양을 찾게 되면 진실은 사라지고 감정적 적개심만 강화될 뿐이다.

기상악화로 구조가 늦어지면서 구조대, 실종자 가족들, 국민도 애가 타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보적 가치가 의심스러운 추측성 기사를 양산하는 것은 자칫 진실확인과 정확한 대책마련에 걸림돌이 될 위험성도 있다. 또한 기본 취재 윤리를 지키지않는 무리한 보도는 불필요한 마찰과 혼란만 가중 시킬 뿐이다.

방송도 신문도 천안함 사고에 부여한 파격적인 지면할애, 방송시간을 재조정해야 한다. 모든 뉴스를 잡아먹는 블랙홀이 되기에는 함량미달의 뉴스가 너무 많다. 지금 당장은 다룰만한 내용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군은 그동안 ‘군의 사기나 기밀유지’등의 명분으로 종종 진실을 왜곡하거나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정보욕구와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정보공급이 없을 때 각종 루머가 나돌고 불만이 폭발하는 법이다. 과거는 정보 은폐가 상대적으로 용이했으나 현재처럼 네트웍이 강화된 사회에서 작은 실수는 더 큰 불행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시키지 않기를 기대한다. 다시 한번 모든 신문과 방송이 좀 더 차분해지고 좀 더 절제된 모습으로 정보제공에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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