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조용한 외교를 취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동안 일본은 노골적으로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대일감정도 악화돼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대응 기조를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31일자 12면에 <한국 '조용한 외교' 뒤통수 맞은 셈>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명박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 또는 기술한 일본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 5개의 검정을 승인했다.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언급하는 것으로도 한일 관계가 급랭했는데, 노골적으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일본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이 천안함 침몰에 따라 언론과 정치권 ,국민 시선이 서해 백령도로 향한 상황에서 일본은 사실상 ‘독도 도발’을 감행했다.

이명박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논조를 보였던 동아일보까지 조용한 외교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지적을 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일본 정부의 이번 행위는 예의에도 맞지 않는 행동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공동기자회견. ⓒ연합뉴스  
 
국민적인 슬픔과 걱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상대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버젓이 감행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 정부의 이러한 행동에 여전히 조용히(?)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이다. 이명박 정부는 일본 문제와 관련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사 문제나 교과서 문제, 과거사 청산 문제 모두 양국 입장에서 민감한 사안인데 이명박 정부는 단호한 대응보다는 조용한 대응을 선호했다. 일본의 분쟁 시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였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상황은 정부 의도와 다르게 흐르고 있다.

한겨레는 31일자 사설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 "출범 이후 제대로 된 노력을 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일이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 식으로 목소리를 높이다가 흐지부지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일본 문제와 마주하면 작아지는 이유도 논란의 대상이다. 한일 우호 관계 증진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긴장과 견제도 때로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이 야욕의 모습을 계속 드러내는 부분에 대해 이 정권의 태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다시 한 번 돌이켜봐야 한다. 지금까지 이정권의 일본에 대한 태도를 보면 미심쩍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이번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다시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7월9일 일본에서 후쿠다 당시 일본 총리와 만나 독도의 일본 교과서 해설서 명기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는지, 대화를 나눴다면 실제로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라는 발언을 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오보로 정리된 사안”이라고 주장했지만, 보도를 했던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오보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최근 천안함 침몰로 여론의 관심 밖에 밀려나 있지만, 논란이 말끔히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부탁드리는데 독도에 관련해서 혹시 기사를 쓰시겠거든 일본 외무성에서 그렇게 발표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을 시켜주시기 바란다. 아시는 분들이 별로 없더라”고 말했다.

국민은 한국을 대표하는 청와대 견해를 듣고 판단해야 하는데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발언이 논란이 된지 일주일 만에 일본 외무성 발표를 참고하라고 언론에 당부했다. 일본 외무성이 언제부터 청와대를 대신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의 조용한 외교는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독도는 일본 땅” 표기 문제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발언 보도와 관련해 시민소송단을 변호하고 있는 이재명 변호사(민주당 부대변인은) “일본이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한다는 것은 사실상 선전포고에 가까운 도발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라는 것이 고작 ‘외교부의 구두 항의’가 전부이고, 그나마 청와대는 공식입장도 내지 않은 채 ‘외교부입장이 정부입장’이라며 입을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변호사는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라’고 했다는 보도에 정정 보도를 요구하지 않는 것과 지도표기방침에 형식적 항의만 하는 것은 석연찮은 소극적 태도라는 점에서 일맥상통”이라며 “독도를 둘러싼 청와대의 이상하리만치 소극적인 태도는 결국 자칫 대한민국의 영토수호의지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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