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김환균 CP(책임 PD)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제작부서로 전출하도록 지시했다. MBC 시사교양국 PD들은 "강제발령을 통한 PD수첩 순치 작업"이라며 제작거부 등을 예고하고 나섰다. 

24일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이날 아침 김환균 CP를 MBC 창사50주년기념단 부단장으로 발령할 것을 지시했고, 김 CP는 해당 인사 통보를 받았다. 앞서 조중현 TV 제작본부장과 이주갑 시사교양국장은 지난 23일부터 24일 오전까지 김 CP 교체 등이 포함된 인사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다.

이주갑 시사교양국장은 "보직을 오래한 사람이라든지 일이 힘들다든지 등의 기준으로 3개 프로그램의 부장단 인사(교체)안을 만들었고, 그 중에 PD수첩이 들어가 있었다"며 "이를 본부장에게 보고하고 본부장이 사장한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CP가 이번 인사에 동의하지 않자, 회사측은 인사상 불이익까지 거론했다. 24일 김 CP와 만난 이주갑 국장은 "본인은 망설였다. 난감해 했다. (그래서)'경력 쌓는 데로 가봐라'고 말했다. 또 사장이 (이날 아침 국장·본부장단 회의에서 발령 거부시 인사상) '불이익도 줘야 하지 않나'는 말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 김환균 CP.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특히 선임자 노조 출신인 이주갑 국장은 김환균 CP의 후임으로 사내 문제로 논란이 있던 A PD를 추천했다. 그러나 PD들이 A PD를 두고 공방을 벌이며 반발하자, 사측은 24일 오후 교양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B PD를 후임 인사로 정했다. 그러나 B PD는 이번 인사에 동의하지 않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사교양국 PD들은 이날 오후 긴급총회를 열고 집단 반발을 예고했다. 노조 관계자는 "PD수첩의 연성화와 길들이기에 대한 강한 우려를 담아 성명서를 쓸 것"이라며 "시사교양국 PD가 내일 아침 국장에게 성명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로그램의 독립성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PD수첩이라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의 연성화가 우려된다"며 "내일 상황에 따라 PD들이 상당한 수위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PD는 "CP를 이렇게 강제 발령 낸 사례가 없다. 본인이 원치도 않는데 강제 배치하려는 시도는 용납하기 어렵다"며 "보복성이다. PD수첩 프로그램을 맡을 후임자에 대한 경고 내지는 겁박"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PD는 "당사자 요청도 없는데 사장이 PD수첩 팀장을 표적으로 찍어 강제발령 낸 것"이라며 "발령을 끝내 낸다면 제작거부까지 들어갈 수 있다. 어떤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주갑 국장은 "강제 발령인지 모르겠다"며 "오래 지난 사람은 바꿔줘야 하고 PD 수첩은 경험 많은 그런 사람이 맡으면 어떻겠나. 비판적인 시각을 무디게 한다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측은 이번 주중으로 TV 제작부문의 부장단 인사를 마무리 할 것으로 보여 향후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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