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을 보도한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자사의 보도가 사실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 불거진 누리꾼과 시민들의 '이 대통령 발언 진위를 밝히라'는 거센 열기에 대해 KBS의 해설위원장이 22일 "부질없고 국익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청와대 입장을 두둔하고 나서 시청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1년8개월여 동안 KBS 보도국장을 고대영 KBS 해설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 1TV <뉴스광장>의 '뉴스해설'과 KBS 1라디오 <뉴스와 화제> '뉴스해설' 코너의 '불필요한 독도 논란'에서 요미우리 보도가 사실에 근접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런 일을 놓고 논쟁하는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라고 냉소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고 위원장은 "2년 가까이 된 일본 신문의 독도 관련 보도를 둘러싼 논란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재연되고 있다"며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2008년 7월15일자 보도 이후 한일 정부가 부인하고 나서자)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기사를 삭제했고 논란은 일단락됐는데 (최근 공판을 앞두고 재판부에)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제출했고, 이것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란을 재점화시켰다"고 설명했다.

   
  ▲ 22일 오전 방송된 KBS <뉴스광장> '뉴스해설'을 방송한 고대영 KBS 해설위원장  
 
고 위원장은 '요미우리가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고 했으니 진위여부를 따져보자'는 주장과 함께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가세해 청와대를 향한 공세를 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여권은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며 "소송을 주도한 인물들이 현 정부를 반대하는 인사들이어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고 위원장은 또한 "독도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양국 정부가 사실무근임을 확인한 종결된 사안이라고 재차 설명했다"고 전했다.

고 위원장은 이어 이 대통령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느냐는 핵심 쟁점에 대해 "요미우리와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 아사히 신문은 이 대통령이 국내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전했다"며 "요미우리가 확대 해석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정확한 관련대목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수상은 '일본의 입장은 해설서에 쓰지 않으면 안된다'고 답변했으나, 대통령도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면서 양보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돼있다(요미우리측과 국민소송단의 준비서면 참조-미디어오늘 인터넷판 3월15일자 <아사히도 요미우리와 비슷한 보도했다> 16일자 <일 언론보도 한결 같아…진실은?>). 이 대통령이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고 발언했다는 얘기는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에도 나온다. 그럼에도 아사히 보도에서의 이 대통령 발언을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해석한 것이야말로 일방적이고 부정확한 팩트의 기술이자 왜곡된 해석일 수 있다.

이런 일방적인 해석을 근거로 고 위원장은 "외교 관례를 감안하더라도 요미우리 보도가 사실에 근접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치적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독도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추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성급한 판단을 했다. 고 위원장은 KBS 보도국장 시절 뉴스의 '기계적 중립'을 과도하다싶을 정도로 적극 실천한 보도본부의 고위간부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일방을 편드는, 특히 이 대통령 입장을 편드는 듯한 성급한 결론을 내 TV와 라디오의 전파를 타게 한 것은 쉬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들과 누리꾼들이 방송사들에 요구한 것은 요미우리 기사가 사실이라고 보도하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라도 진위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 고대영 KBS 해설위원장  
 
고 위원장은 이런 누리꾼들의 열기에 대해 "부질없다"는 한마디로 마무리했다.

"상식으로 판단하면 쉽게 결론이 도출될 사안입니다. 이런 일을 놓고 논쟁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국민감정에 편승해 선거에서 이득이나 보려는 의도가 있다면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독도 문제만큼은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고 위원장의 뉴스해설에 대해 KBS 뉴스게시판에는 항의의 글도 올라왔다. 아이디 조아무개는 이날 뉴스해설에 대해 "당신들이 그러고도 국영방송사 맞냐"며 "왜? 대한민국 영토는 우리것이 아니고 미국거라고 하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없고 한 개인한테만 있다고 하지"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