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보급률이 포화상태라는 건 몇 년 전부터 계속된 이야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휴대전화 보급률은 98.4%에 이른다. 그런데 대신증권은 18일 보고서에서 "포화상태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보급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회재 연구원은 "USIM 이동이 활성화되면 100%를 넘어 150%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SIM(범용 가입자식별모듈)칩은 가입자 정보와 결제 데이터 등이 담긴 손톱 크기의 카드를 말한다. 3G 이상의 휴대전화에는 모두 USIM칩이 내장돼 있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USIM칩만 갈아 끼우면 단말기를 바꿔가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의 소극적인 참여로 USIM칩 이동이 지지부진했다. 변경할 단말기를 들고 대리점에 직접 찾아가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 USIM칩을 갈아끼우는 것만으로도 여러 이동통신사 서비스를 하나의 단말기로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은 KT의 대용량 USIM칩.  
 
USIM칩 이동이 자유롭게 되면 배터리가 떨어졌거나 단말기를 물에 빠뜨려 고장났을 경우에도 USIM칩만 꺼내서 다른 단말기에 넣어서 쓸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단말기 수요가 줄어들 거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장기 약정판매가 보편화돼 있는데다 단말기 교체 주기가 짧아서 단말기 수요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싼 요금제를 찾아 번호이동을 하는 수요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SK텔레콤에서 개통한 USIM칩을 KT의 단말기에 넣어 쓰거나 그 반대도 가능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KT의 경우 정식으로 개통된 단말기에서만 가능한데 향후에는 개통되지 않은 이른바 공기계도 자유롭게 USIM칩 이동이 가능하도록 바뀔 전망이다. 오는 4월부터는 하나의 USIM칩으로 여러 단말기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이동통신사에서 개통된 USIM칩을 하나의 단말기로 번갈아 가며 쓰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김 연구원은 "대부분 나라들의 휴대전화 보급률이 100%가 넘는데 특히 캐나다는 인구 3300만명에 이동전화가 5770만대나 개통돼 173%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보급률이 가능한 건 USIM칩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인프라는 마련돼 있지만 제도적으로 활성화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인데 이런 걸림돌이 사라지면 이동전화 보급률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KT 관계자는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는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도 USIM칩 이동이 가능하지만 그렇게 쓰는 사용자가 많지 않고 굳이 여러 이동통신사 USIM칩을 번갈아 가면서 쓸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잘 안 쓰는 이른 바 장롱폰을 꺼내서 야외 운동을 할 때 바꿔 쓴다든가 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이 때문에 가입자가 늘어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SK텔레콤 사용자도 USIM만 갈아 끼우면 KT에서 개통된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아직까지는 정식으로 개통된 상태의 아이폰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OECD 주요국 휴대전화 보급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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