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이 최초로 자체 감사를 통해 임명군수 시절 지방주재 기자들에게 지급한 촌지 내역을 전면 공개하고 나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동안 일선 행정 관청들이 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주재기자에게 홍보비 명목의 촌지로 제공해 왔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 국정감사에서조차 밝혀지거나 지적되지 않았다.

이번 남해군의 촌지 등 홍보예산 내역 공개는 달라진 지방자치 시대 대언론행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남해군 김두관 군수는 취임 이후 몇달 동안 촌지를 근절하는 한편 담합과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됐던 주재기자실을 개방해 브리핑 룸으로 만들고 주민계도용 신문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획기적 대언론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본지 28호 11월29일자 참조).

김군수의 이런 조치들은 뿌리깊은 관언유착을 끊고 관과 언론의 ‘정상적 관계’를 회복하려는 지방자치 단체의 노력으로 보인다. 그동안 각 관청이 언론에게 수억원에 해당하는 홍보예산을 배정, 집행해왔던 것은 관의 정책을 주민에게 널리 알린다는 애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언론 무마용’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6.27 선거 후 일부 지방자치의회의 예산삭감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홍보사례비, 광고비, 주민계도용 신문구입 예산 등을 삭감하지 않은 것도 ‘언론에 밉게 보여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해군의 촌지내역 공개에 대한 주재기자와 해당 언론사의 반응은 지방자치 단체의 노력만으로 과연 관언유착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를 낳고 있다. 주재기자들은 “촌지가 아니라 홍보비 명목의 보도사례비조로 지급됐다”고 강변하고 있다. 남해군 관계자들은 “이들이 전혀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언론사들이 이들에 대해 징계를 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 보도를 한 남해신문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재기자와 언론사들은 지난 11월경에도 김군수의 조치에 대해 김군수를 공격하는 기사를 잇달아 게재하는 등 ‘융단 폭격’을 퍼부었다. 남해군의 조치에 대해 지방언론들의 집단적 ‘융단 폭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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