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씨(52)는 조선(북한)에서 김책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안전부 소속 외화부장, 외화 부처장, 조직지도부 직영 대양무역 사장등을 역임했다. 지난 88년 조선노동당 무역대표단 단장으로 유럽, 아프리카 지역 파견근무중 한국으로 망명했다.

최근 조선(북한) 김정일의 애첩이었던 성혜림씨일가의 서방탈출과 때를 같이해 남한사회에 연일 보도된 성씨일가 탈출보도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이번 사건이 베일에 쌓여있는 조선, 그것도 최고통치자의 전처의 신분으로 조선을 탈출한 것은 김일성 사후 더욱 어려워진 김정일정권의 현 대내외적 정치, 경제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조선체제의 향방을 점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조선의 최근 탈북자 증가현상등은 조선체제와 김정일정권의 모순점에 대한 조선주민들의 반발현상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다 심도있고 현실적인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흥미본위나 호감을 사기위한 짜맞추기식 보도는 사실상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들은 성씨일가의 서방탈출과 최근탈북자 증가를 놓고 “김정일정권의 붕괴조짐”으로 분석하는가하면, 나아가 당장 조선체제가 무너질 것처럼 떠들기도 했다.

조선집단은 조직화된 집단이다. 그들이 무너지자면 우선 조선체제의 중추적 역활을 담당하고 있는 당과 군이 와해되어야하는데 그들이 집단내에서 몰락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따라서 체제에 불만이 있는 소수의 탈출자들만 가지고서는 체제붕괴를 예견할 수 없다. 과거에도 이같은 언론의 과잉보도는 존재한 것으로 기억된다. 90년대 초 조선국적 시베리아 벌목장 벌목공들과 조선을 탈출해 중국연변에 밀입국 은둔생활을 하다가 한국으로 귀순해온 조선동포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당시 언론에서는 탈북자들이 수천에서 수만명에 달한다며 그들의 운둔생활, 은신처, 환경까지 가능한 자세히 보도해 왔다.

만약 아직도 러시아나 중국지역에 숨어지내는 탈북자들이 있다면 그들이 조선 공안당국자들이나 친북 밀정들의 눈을 피해 피나는 노력과 어려운 생활로 하루하루 연명하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장담할수 있겠는가.

한국과 조선 당국자들간의 공식적인 정보교환이 끊긴 현시점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무책임한 과잉보도로 조선 노동당은 물론 국가안전보위부나 사회안전부에 탈북자들에 관한 자료들이 역정보로 이용되어 그들이 체포되거나 희생되었다면 그들의 한을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 것인가. 한국언론은 그러한 실례가 전혀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성씨 보도 역시 이들의 완전한 탈출이 이루어졌다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탈북자 보도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유언론이 절대적인 가치로 존재하는 우리사회에서 언론이 알고도 침묵하라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조선관계 문제만큼은 언론과 정부 당국자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며, 항시 신중하고 만약을 예견하고 대비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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