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속의 빈곤’. 북한 문제를 다루는 기자들의 고민이다. 남북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보도량은 늘어났으나 취재여건이나 정보개방은 아직도 수준이하라는 것이다. 특히 대형사건이 터질경우 취재원들의 매체 차별,정보 은폐,화면 통제 등 고질적인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기자들의 지적이다.

이들이 현재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것은 역시 정보부족. 1차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보 확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말 그대로 작문수준의 기사를 양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번 성씨 일가 망명 보도에서도 되풀이됐다. 취재 기자들은 이번 보도 과정에서 안기부, 통일원, 청와대, 외무부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신뢰할만한 수준의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성씨 일가의 은신처,행선지 등이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보도됐다. 한 기자는 “이번 보도에서 정확한 것은 성씨 일가가 서방으로 탈출했다는 것뿐이다. 이외에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평가했다.

물론 오보인지조차 확인할 수단이 없다. 일부 기자들은 CIA, 미군 정보부대 등 미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취재를 하기도 했다. 특히 이른바 동아,조선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세가 빈약한 언론사들의 경우 그 어느때보다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시달렸다.

북 고위 관계자가 귀순하면 이들의 수기 게재는 당연히 특정 신문사 몫으로 치부된다. 이들을 관리하는 안기부의 은밀한 지원을 등에 엎고 특정신문사들이 사주까지 나서 귀순자의 신병확보를 진두지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과잉 관심은 사세과시 경쟁으로까지 비화된다. 지난해 북한에 대한 쌀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동아와 조선간에 전혀 다른 방향의 기사나 사설이 쏟아졌다. 관련 부처의 당국자들은 이 사이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조간신문의 한 기자는 “특정 언론사들의 북한 관련 보도가 차지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는 느낌이다. 일부신문이 비토권을 행사한다는 시각도 있다. 여론보다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다뤄져야할 대북정책이 이러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스러운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최근들어 늘고 있는 일본이나 북경발 북한 관련 보도도 혼란을 부채질하는 요인. 이들 두나라의 경우 정보들 출처가 의심스러운데도 내용은 우리의 입맛에 맞는 경우가 많아 일단 쓰고 보자는 심리로 기사 키우기 경쟁이 적지 않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일본은 각 정파간의 이해관계에서 의도적으로 나오는 북 정보가 많다. 정부부처의 공식 발표가 아니면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중국은 외교전략 차원에서 조선 정보를 정부가 앞장서서 조작하기도 한다. 요근래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다. 그만큼 조선에 대한 각자의 ‘국익’을 감안해야하는데도 이러한 여과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회사 보다는 국가,회사의 이익 이전에 국익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이를 극복하는 실마리라는 것이 조선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기자들의 충고이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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