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대북 보도의 문제가 심각하다. 연합뉴스는 대북 보도에서 객관성, 정확성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는 자체적인 대북 취재 보도 대신 국내외의 대북 보도 전담매체 등의 대북 기사를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문을 인용, 중계 방송식 보도를 하고 있다.

국내외 대북보도 전담 매체들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대북 인터넷매체 `데일리NK', 대북 단파 라디오 `열린북한방송' 등이 대표적이댜. 이들 매체가 생산하는 대북관련 기사가 객관 보도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기사를 연합뉴스가 인용 보도하면서 루머 수준의 기사가 공신력을 갖춘 기사라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인용 보도하는 것은, 근거가 없거나 매우 부정확한 대북관련 기사에 공신력이라는 외피를 입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가 재가공한 루머 수준의 기사들은 국내외 언론에 의해 광범위하게 전달 확산되고 있다. 외국 언론이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 보도하는 경우는 건당 30- 40건에 이른다. 한반도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연합뉴스의 해외 보도 수요가 더 급증세여서 대북보도에서의 공공성의 강화가 시급하다.

이명박 정부 집권이후 대북 강경정책이 추진되면서 대북 관련보도 경향도 남북간 교류협력보다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연합뉴스와 일부 보수 신문들이 북한 전문매체들의 기사를 인용 보도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북한 전문매체들의 기사 생산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들 매체는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 주민 등을 활용해 입 소문 등으로 전해지는 북한 소식을 기사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대북 소식은 그 객관성, 정확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 연합뉴스 등은 이들 대북 전문매체가 보도했다는 사실만을 앞세워 보도 내용의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은 하지 않은 채 중계 방송식 보도를 하고 있다. 이는 대중매체로서의 기본자세를 스스로 허무는 심각한 반언론적 행태다.

연합뉴스의 3월 4일치 ‘北, 환율.쌀값 또 폭등..한주 사이 100% 이상↑. 대북 매체들 일제히 전해.."곧 화폐개혁 이전 수준 될듯"기사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기사는 “춘궁기를 앞둔 북한에서 최근 1주일 새 `암시장'의 북한 돈 환율이 갑자기 치솟아 쌀 등 주요 생필품 가격도 덩달아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쌀값을 예로 들면 작년 화폐개혁(11.30) 직후 ㎏당 20원 정도 하다 지난 1월 하순 400∼600원대로 크게 올랐는데 이달 들어 다시 1천원대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 `데일리NK', `열린북한방송' 등을 인용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4일 함경북도 주민의 전언을 인용, "3일 현재 청진시 수남 장마당에서 쌀 1㎏이 1천100원으로, 회령시 장마당에서는 1천원으로 갑자기 올랐다"면서 "노란 봄철을 앞두고 쌀값이 자꾸 올라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함경북도 주민의 전언을 인용’했다고 밝혔는데 그 주민의 말이 사실인지를 북한 당국에 확인했다는 내용은 기사 속에 보이지 않는다. 연합뉴스는 함경북도 주민의 전언에 의한 이기사를 자사의 정식 기사로 채택한 것이다. 이는 정상적인 대중 매체로는 행하기 어려운 파격이다.

또한 `데일리NK'는 "평안북도 신의주 지역에서 지난달 말 ㎏당 400원대였던 쌀값이 이달 2일에 800원, 3일에 1천원으로 치솟아, 결국 쌀값이 화폐개혁 이전 수준(㎏당 2천500원 전후)까지 오를 거라는 말이 나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열린북한방송'도 "2월 말 ㎏당 400원 정도 하던 북한의 쌀값이 이달 3일 현재 1천원선으로 폭등했다"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기사 속에는 이들 두 매체 보도 기사 내용의 출처가 언급되지 않았다. 이들 두 매체의 공신력이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확실치 않지만 연합뉴스의 인용보도 태도는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데일리NK의 대북 취재방식은 북한 주민의 휴대전화라는 사실은 이 매체의 편집인이 지난 2월 1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 매체가 위의 기사도 북한 주민의 휴대전화를 통해 작성했는지 알 수 없으나 그럴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데일리NK', `열린북한방송' 등의 대북 보도가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으며 연합뉴스나 일부 국내 보수 신문들이 이들의 기사를 인용하거나 원문대로 보도하는 일이 흔하다. 주민의 전언 등이라는 불확실한 내용이 대북전문매체에 보도된 뒤 이를 공식 보도 매체가 인용, 보도 하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이는 인용 보도가 거듭되면서 기사의 객관성과 정확성 등이 강화되는 이른바 ‘뻥튀기 기사’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특히 국가기간통신사가 앞장서서 엉터리 기사를 객관성을 띤 것인 양 포장하는 작업에 앞장선 것은 심각한 일이다.

연합뉴스는 국민의 세금으로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는다. 국민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해야 할 사명감이 있다. 연합뉴스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국가기간통신사의 공신력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식매체에서 뉴스를 생산할 경우 지켜야할 원칙이 있다. 우선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사실관계가 엄격해야 한다. 뉴스로 가공해서 시장에 내놓기 전에 품질 면에서 한 점 흠결이 없어야 한다. 이런 뉴스 생산 원칙을 공식 매체 스스로 지켜야 시장에서 공신력이 높아진다. 만약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는 공식매체는 사회의 흉기가 된다. 이런 언론은 타율적으로 퇴출되거나 언론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언론과 정치는 그 영역이 다르다. 정권이 대북 강경책을 휘두른다 해서 언론도 덩달아 대북 흠집 내기 기사를 양산하는 식의 태도를 취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국가기간통신사는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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