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기도지사 출마의사를 구체화하자 선거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다른 야당은 물론 언론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정치권에서 독특한 존재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더불어 가장 튼튼한 팬클럽을 보유한 인물이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역시 박근혜 전 대표 뒤를 이어 2위를 달리는 상황이다. 소속은 신생정당인 국민참여당이다.

정당 후광효과가 미미한 유시민 전 장관의 높은 지지도는 다른 야당들의 부러움 대상이다. 야당의 맏형을 자임하는 민주당은 지도부에 뚜렷한 대선후보군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동영 의원이 복당했고, 손학규 전 대표가 복귀를 예고하고 있지만, 당을 주도하는 위치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전 장관은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지녔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이들을 제외하면 정치권에서는 폭넓은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진보정당은 진보정당대로 ‘정치인 유시민’에 대해 껄끄러운 감정을 느끼는 모습이다.

유시민 전 장관이 국민참여당 간판으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뛰어들 경우 민주당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서울은 물론 경기도까지 민주당 간판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기존의 선거 전략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은 지지층이 겹치는 ‘유시민 변수’ 등장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언론은 유시민 전 장관 출마에 부정적인 야권 기류를 전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4면 <유시민, 경기지사로 진로변경…“판 흔드나” 야권 난감>이라는 기사에서 “각 진영에서는 ‘이렇게 판을 흔들어도 되느냐’는 물만이 터져 나왔다. 상대적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유 전 장관이 나서면서 야권연대 협상도 한층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라며 “경기지사 선거는 야권분열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5일자 8면에 <서울은 한명숙, 경기는 유시민? 친노 바람몰이에 민주당 ‘부담’>이라는 기사에서 “민주당은 유시민 경기지사 카드를 선뜻 수용할 처지가 못 된다”면서 “민주당으로선 친노 후보들만으로 수도권 선거벨트를 만드는 것도 부담”이라고 보도했다.

‘유시민 변수’가 야권의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일보 보도처럼 “야권분열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은 논란의 대상이다.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에 부담이 되는 요소일 수 있지만, 반MB 선거연대의 파괴력만 놓고 볼 때는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한겨레는 3면 <유시민 경기도로 송영길 인천으로>라는 기사에서 “민주당에서도 김문수 경기도지사(한나라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맞서 유 전 장관이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유 전 장관이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면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유시민 변수’는 언론이 야권의 어느 계파 시각을 대변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분명한 점은 ‘유시민 변수’ 등장으로 서울은 물론 경기도까지 한나라당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란 점이다. 새로운 변수는 '김문수 대세론'을 흔드는 요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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