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단위 선거가 벌어질 때마다 전·현직 언론인들의 출마 문제는 언론계 관심 사안이다. 오는 6월2일 지방선거에서도 주요 언론사 현직 언론인들이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다. 또 다수의 전직 언론인들도 광역단체장부터 시장 군수 등 자치단체장, 시의원, 구의원까지 다양한 선거에 뛰어들고 있다.   편집자

언론인 출신 인사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여론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여론 바탕에 깔린 ‘정치 혐오주의’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언론인 출신 인사들의 정치참여 성적표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 출신 인사들의 정치참여 찬반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직업선택의 자유 측면에서도 언론인 정치참여를 봉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반면, 언론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정치 참여는 본인은 물론 ‘친정’인 소속 언론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 지난달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대학교 교정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경기대 새내기들이 수원시영통구선관위의 도움으로 오는 6.2 지방선거 투표에 참여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1991년생들까지 참여가 가능하다. ⓒ 연합뉴스  
 
언론인 정치참여 논쟁과 무관하게 언론계 출신 인사들은 정치권 주요 직업군으로 자리 잡았다. 미디어오늘이 2일 현재 18대 국회의원 297명 중 기자 PD 아나운서 등 언론계 출신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을 분석한 결과, 35명으로 조사됐다. 국회의원 11.8%가량이 언론계 출신으로 채워진 셈이다. 언론인은 법조인과 더불어 정치권에 수혈되는 대표적인 직업군이다.

18대 국회의원으로 새로 입성한 언론계 출신 인사들은 한나라당의 경우 김효재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회장, 안형환 전 KBS 기자, 허원제 전 SBS 독일특파원, 박상은 전 경인방송 회장 등 여러 명이 있다. 민주당도 최문순 전 MBC 사장, 최영희 전 내일신문 발행인 등이 있다. 자유선진당은 김창수 전 조선일보 기자, 박선영 전 MBC 기자 등이 언론계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2004년 17대 국회 때도 지역구 의원 29명, 비례대표 6명 등 35명의 언론계 출신 인사들이 새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한나라당의 경우 KBS 출신인 이계진 전여옥 의원과 MBC 출신 한선교 의원, 중앙일보 출신 박형준 의원, 조선일보 출신 최구식 의원 등이 있다. 문학진 전 한겨레 기자와 박영선 전 MBC 경제부장도 당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으로 원내에 입성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17대 국회 때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했다. 노회찬 대표는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을 지낸 언론계 출신 인사이다.

언론계 출신 인사들은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정당의 얼굴마담 역할을 하던 시대를 넘어 정치권을 대표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2007년 대통령선거만 해도 주요 정당 후보 가운데 기호 1번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기호 3번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등은 언론인 출신이다. 정동영 당시 후보는 MBC 기자 출신으로 뉴스데스크 앵커 등을 거친 인물이고, 권영길 당시 후보는 서울신문 기자 출신으로 파리특파원 등을 거친 언론인 출신 인사이다.

2004년 6월 17대 국회 김원기 국회의장부터 2006년 6월 임채정 의장, 2010년 2월 현재 18대 국회 김형오 의장까지 최근 3명의 국회의장은 모두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18대 국회 상임위원장 중에서도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 이낙연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은 동아일보 국제부장 출신, 심재철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MBC 기자 출신이다.

언론계 출신 인사들이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는 위치까지 올라섰지만, 정치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사회적 공기’를 자처하는 언론에 몸담았던 이들인 만큼 기존의 정치질서에 얽매이기보다는 민심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창구가 돼야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언론인 속성은 공정성을 추구하고 사회 소외된 목소리를 담는 것인데 정치 제도권 속에 들어오면서 기득권층으로 흡수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언론인들이 정계에 진출하면 우리사회 민주화를 이끌었던 역사적인 유전자가 발휘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도 있는데 대다수는 변색되는 모습을 보여 여론 평가도 회의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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