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씨 일행의 탈북 사건은 세계적인 뉴스의 초점이 됐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앞다투어 성씨 일가의 탈북사건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주로 최근 잇따르고 있는 탈북 사태의 배경과 그것이 미칠 파장등에 초점을 맞춰 성씨 일가의 탈북 자체에 집중한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와는 대조를 보였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즈>, 프랑스의 <리베라시옹> <르 피가로>, 일본의 <마이니찌> 등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이 사건이 조선 정권의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에 대한 절대적인 정보부족 때문에 단정적인 예측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2월 14일 <워싱턴 포스트>는 “김정일의 세 처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진 성혜림씨가 스위스를 거쳐 제3국으로 가 망명을 요청하고 있는 것 같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으며 한국의 안기부가 이같은 보도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김정일에게는 처가 3명 있고 이들 처는 각각 한명씩 아이를 낳은 것으로 널리 믿어지고 있다”면서도 “김정일에 대해서는 그의 탄생의 세부내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얘기들중 진짜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즈>는 성혜림씨의 탈북이 조선 정부에 “큰 타격”이고 일부 전문가들은 “조선 정권이 2, 3년 내에 붕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의 <마이니찌>도 22일자 보도에서 망명자의 급증과 특권계층의 탈북등을 들어 “조선체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는 성씨의 탈출 사건등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의 <프랑크프루트 알게마이네 자이퉁>(FAZ)은 성씨등 최근 북한인들의 탈출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북한내 경제적, 정치적 상황이 매우 어렵게 됐다는 사실을 시사해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조선 체제는 아직 강력한 정보기관, 군부, 그리고 획일적 사상체제를 기반으로 지탱되고 있어 조선 체제가 곧 붕괴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와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AFP및 로이터등 통신기사를 통해 성씨의 탈출 기사를 간단하게 확인된 사실만 보도했다. 홍콩의 <명보>는 2월 15일 “조선에 불리한 변절자 소식이 잇따르고 있어 한국과 미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연합 군사훈련을 취소하기로 결정, 변절자 문제로 긴장되고 있는 한반도를 완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보스턴 블로브>는 2월 20일자 사설 ‘평양의 사사로운 일’에서 “한국정부는 아시아의 안전을 위해 김정일의 선택된 후계자를 낳은 여인의 귀순문제에 대해 북한을 자극하는 조롱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조선 망명자들에 대한 한국언론의 보도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존 버튼 기자는 14일 ‘김정일의 전처 실종’이라는 기사에서 지난 2년간 2백여명이 남한으로 망명했으나 성혜림씨야 말로 최근 들어 남한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질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의 망명자들이 조선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은 남한 정부가 미리 조정하고 있어 진실 보도보다 남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망명자들은 “남한 정부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할 것”이라며 “언론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은 대게 언론을 위해 연출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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