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이 김연아 선수의 환상적인 연기에 숨죽이며 열광하고 이규혁 선수를 안타까워 할 때 정치권은 MBC 사장에 현직 대통령의 측근을 앉혔고, 세종시와 관련된 정치권의 논의는 역시나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외면하기엔 너무 치명적인 사실이라 안타깝고,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엄청난 활약은 고맙고 기쁘지만 잠시 뿐이고 방송 장악과 세종시 문제는 앞으로 몇 십 년간 우리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사실은 더욱 서글프다. 열광의 이면엔 소외가 있다.

그건 모두가 열광하고 있는 ‘명품’ 다큐멘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20%가 넘는 TV 다큐멘터리 사상 경이적인 시청률로 ‘명품 다큐’의 시대에 한 획을 그은 MBC <아마존의 눈물>. 제작기간 1년여, 제작비 15억 원이 투여된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그전에 KBS <누들로드>, <차마고도>, EBS <한반도의 공룡> 등의 이른바 ‘명품’ 다큐멘터리가 있었지만 MBC <아마존의 눈물>은 프라임타임이라 할 수 있는 금요일 저녁 11시대 편성과 자사 채널을 동원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흥행에 있어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사진 출처 MBC  
 

MBC <아마존의 눈물>과 <북극의 눈물>은 일본 NHK, 영국 BBC 등 해외 유수 방송사들이 장악하다시피 했던 ‘고품격’ 다큐멘터리 시장에 한국 방송사들도 진출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각종 언론에 언급되며 극장 개봉 등 새로운 ‘수익’ 또한 창출하고 있다.

의미있는 좋은 작품이 나오고 그것이 시청자, 관객들에게 많이 보여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이런 열광이 ‘시장’과 ‘수익’, ‘시청률’에서 기인된다는 사실은 ‘명품 다큐멘터리’의 시대를 마냥 즐겁게 볼 수만은 없게 만든다.

   
  사진 출처 MBC  
 

한국 다큐멘터리의 역사는 짧지 않다. 88년 올림픽 광풍이 불던 시기 상계동 철거촌의 이야기를 다룬 김동원 감독의 <상계동 올림픽>을 비롯하여 우리 안의 파시즘을 다룬 <뻑큐멘터리-박통진리교> 등 독립 다큐멘터리가 있었으며 <워낭소리> 또한 제작 방식에 있어서 독립 다큐멘터리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물론 모든 다큐멘터리가 사회비판적일 필요는 없다. 다만 다큐멘터리의 강점이 인간과 사회, 자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환기한다면 한국 다큐멘터리 ‘시장’이 HD(High-Definition) 화면 속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밖의 거대 자연 풍경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의 문제점과 모순 또한 함께 담아낸다면 더 좋지 않을까. 

혹자들은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에서 독립 다큐멘터리의 미래를 찾지만 지극히 예외적이고 기적적인 사례일 뿐이다. <워낭소리> 제작 당시 공중파 방송사들은 “소 얘기가 무슨 재미가 있겠냐” 라는 말과 함께 성공 가능성을 이유로 투자 및 편성을 외면했고, 결국 <워낭소리>는 제작자인 고영재 PD의 개인 빚과 고영재 PD가 <우리학교>를 제작한 후 번 수익을 투자해서 만들어 질 수 있었다.

<아마존의 눈물> 제작비 15억 원이면 3천만 원짜리 다큐 50편이다. 사실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은 누가 보더라도 훌륭한 다큐멘터리 작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명품과 스펙터클을 벗어나 ‘우리 사회 안의 정글’을 볼 기회가 이 정부 들어서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찌 보면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 할 KBS, MBC 등 공영방송이 효율성과 수익률을 외치는 정부에 장악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마존의 눈물>이라도 볼 수 있다는 사실에라도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워낭소리>의 한 장면  
 

최근 운영 주체 졸속 선정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영상미디어센터나 폐쇄 위기에 몰린 독립영화전용관(<워낭소리> 흥행의 시작이었던), ‘촛불불참’이라는 전향서를 흔드는 정부에 의해 지원금이 끊긴 처지에 놓인 인디다큐 진영과 독립 다큐 감독들, 독립영화단체들의 모습은 ‘다큐멘터리의 눈물’로 읽힌다. 시청자, 관객, 언론이 <아마존의 눈물> 3D 개봉 등 기술의 발전과 수익 창출에 열광할 때 치열한 태도와 냉정한 시각으로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잡아냈던 한국 다큐멘터리 진영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스펙터클과 거창한 기획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사회 내부를 보다 적극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낼 한국 다큐멘터리의 생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모든 콘텐츠가 ‘산업화’되고 국제 경쟁력과 수익률, 시청률로만 계량되는 현실에서 거대 다큐멘터리의 성공과 동시에 ‘다양함’이 근본인 다큐멘터리가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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