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언론에 미리 보도된 대로 전체회의에서 26일 사임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 상임위원은 이 자리에서 학자로서의 공백이 너무 커 대학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이유를 밝히고 그동안 함께 일해 온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나머지 상임위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위원은 또, 야당 추천으로 상임위원으로 일을 했지만 한번도 민주당에서 개인 소신에 반하는 결정을 하도록 간섭한 적이 없으며 후임 위원도 방통위에 꼭 맞는 사람을 선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2008년 이경자 부위원장과 함께 민주당 몫으로 추천됐으며 임기는 내년 3월까지였으나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 이병기 방송통신 상임위원  
 
우선 이 위원은 "방통위 2년 근무하는 동안 대학을 비웠더니 연구와 공백이 너무 컸다. 공백이 더 이상 가면 원상복구가 어렵지 않나 생각했다"며 "방통위가 이제 안정된 상태에 도달했다는 판단으로 이 시점에 대학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 위원은 "방통위 출범 1년은 성공적이었다"며 "정통부와 방송위의 해묵은 불협화음을 종식시켰고 여야 추천 상임위원이라는 형태가 모험적이었지만 위원장의 탁월한 리더십과 상임위원들의 성숙한 멤버십으로 안정되게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형태근 위원은 유일한 공무원 출신위원으로 초창기 방통위 행정부처로 자리잡는 데 기여했고, 송도균 위원은 사회현실을 꿰뚫어 보는 식견을 갖췄고, 이경자 부위원장은 선비처럼 살아온 대표적 지성인"이라고 동료 위원들을 추켜세운 뒤 최시중 위원장에 대해서도 "위원장은 위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1기 위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마음 속으로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 때 모든 임원이 반대했지만 오늘날 보면 이 회장 상황판단이 맞았다는 일화를 언급하면서 "진흥과 규제정책이 방통위의 화두였는데, 규제를 잘 하려면 균형감과 바른 관점이 필요하고 진흥을 위해선 상황판단과 실천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구글과 애플의 성공비결은 지식경영과 창의성이었다"며 "한국 방송통신 환경도 이용자에 맞게 새롭게 발상하고 출발하면 새로운 길이 나오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민주당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방통위원을 계기로 처음으로 민주당과 접했는데 한분 한분 모두 훌륭하고 친밀감을 느꼈다. 저 같은 무색무취한 사람도 추천해 줘 일하도록 했다"며 "2년간 제 뜻에 반해 행동하도록 의견을 전달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후임 위원도 방통위가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을 선발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이 의원의 말을 다 들은 뒤 "사실 위원회가 여야 추천을 받고 회의를 대부분 공개적으로 해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국익을 목표로 해 어떤 분도 이탈하지 않고 그 목표에 합의하는 헌신을 했다"고 화답했다.

최 위원장은 "다른 사유라면 억지로라도 만류하고 싶은데 연구실, 교수를 간절히 희망한다는 말 앞에 만류할 수가 없다는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교수출신인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사임) 연락전화하는데 연구실 얘길 했더니 '아이구' 하면서 설명 안해도 안다고 하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후임으로 야당추천이 참여하는데 우리 이 위원과 같은 식견을 가진 분이 와서 마지막 1년을 빛내는 일을 해 주길 바란다"며 "좋은 스승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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