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이병기 상임위원이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2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 상임위원은 23일 최시중 위원장에게 상임위원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 상임위원은 일단 최 위원장에게는 자신이 몸 담고 있었던 서울대 공대 교육 과정의 부실화를 우려해 대학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의 표명 이유를 두고 방통위 안팎에서는 이 상임위원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와이브로(무선인터넷) 사업이 활성화가 안 돼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 보다는 정부여당의 방송장악 구도에서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무기력하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야당 내부에 쌓여 온 것이 압박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 상임위원은 사임 이유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방통위 쪽에서는 조직에서의 갈등 등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26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 상임위원의 공식입장을 청취할 계획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이 지난 5월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형태근 위원, 이경자 위원, 최시중 위원장, 송도균 부위원장, 이병기 위원. ⓒ방통위  
 

한편, 이 상임위원이 사임하면서 후임 상임위원으로 누가 선임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후임 위원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방통위 역학구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당시에는 추천권을 갖고 있던 야당이 전문성을 우선해 선임했지만 최근 방송장악 논란이 거세지면서 후임 상임위원에는 야당의 주장을 좀 더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 상황을 잘 아는 언론계의 한 관계자는 "(이 상임위원의 사퇴는) 민주당 쪽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나"라며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적절한 인사를 선임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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