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한 유아 프로그램 모니터 결과 KBS1 <하나둘셋 TV 유치원>이나 EBS <딩동댕 유치원>은 유아의 교육적 측면을 고려하여 비교적 성실히 제작되고 있다고 여겨졌으나 나머지 프로그램은 흥미 위주의 일과성 제작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21세기를 대비하여 창의력 개발 중신의 교육을 지향한다는 교육개혁안 발표와 취학연령을 낮추는 조치와 관련하여 볼때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이 △적절치 못한 내용과 표현방식 △산만한 구성과 과장된 몸짓 △성급한 영어교육의 도입 △고정된 성역할 편견 조장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를 대상로한 프로그램임에도 대부분의 방송들이 어린이의 눈으로 사물을 보기 보다는 어른들이 원하는 어린이의 세계를 그려내는 내용과 표현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뽀뽀뽀 >에서 ‘공부를 잘하는 방법’으로 ‘밥 생각, 엄마 생각하지마라’는 해결책을 내놓는 것(2월 3일)은 한글을 깨우친 정도의 유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친다는 발상이나 내용에 있어서도 옳지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히는 경우도 자주 있다. 뿐만 아니라 SBS의 <열려라 삐삐창고>에서 아직 일부 계층의 스포츠인 스키를 일주일에 걸친 특집 편성(1월 29일-2월 1일)한 것은 문제로 지적됐다.

어린이들의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 구성을 산만하게 하고 과장된 몸짓을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의 경우 방영시간이 20분임에도 9개 단락으로 나누어지고 <딩동댕 유치원>의 경우도 8단락으로 나누어져 전반적으로 산만한 분위기를 준다. <뽀뽀뽀>와 <열려라 삐삐창고>는 주제와는 관계없이 현란하고 과장된 진행이 지적됐다.

영어 조기교육바람에 편승해서 이루어지는 영어교육 프로그램도 언어가 형성기에 있는 유아들에게 옳은가에 대한 논의와 TV에서의 맛보기식의 영어 한마디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있는가라는 논의도 있다.

또한 일부 프로그램에서 아직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성역할을 구분함으로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답습, 계승시킴으로서 아이들에게 남녀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개성있는 존재방식을 제한다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성역할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유아 대상과 저학년 대상의 프로그램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지 있지 않다. 더군다나 아이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프로그램 수도 극히 적어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막 인성을 키워가는 유아들의 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더 창의적이고 성실한 제작 풍토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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