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중개인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조선(북한)이 방우영 조선일보사 회장등에게 조선(북한)을 방문해 주도록 초청장은 보낸 것은 조선의 대남 언론정책의 변화를 시사해주는 대목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한국 언론인 및 언론사들의 개별 방북 신청에 대해 취해 왔던 조선측의 사실상 ‘불가’ 방침이 바뀐 것 아니냐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조선일보에 대한 초청은 곧 다른 언론사에 대한 추가 초청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기부등 관계 당국 실무부서에서 조선일보에 대한 조선(북한)의 방북 초청을 적극 수용할 것을 검토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 언론사 관계자의 방북이 미칠 파장등을 고려해 2월초 최종적으로 조선일보측에 ‘시기적으로 적합치 못하다’는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 관계자의 방북을 허용할 때 그동안 억제해 온 경제인들에 대한 더이상의 제어가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사의 방북은 취재진을 동반하게돼 개인이나 단체, 기업체 관계자의 방북과는 달리 그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도 부정적인 판단 근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막상 조선(북한)측의 초청장을 입수한 조선일보측도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5월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회사 차원에서의 방북을 적극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거를 코앞에 둔 초청 시기등이 상당히 부담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선일보내에서도 적극 추진파와 신중파로 의견이 갈렸다는 후문이다.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적극 추진파는 3월 5일 창간 기념일 전에 방북을 성사시키자는 입장이었던데 반해 신중파는 최근의 남북관계와 독자들의 반응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측이 방북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사실상 방북이 어렵다는 점에서 조선일보측의 대응은 처음부터 신중한 편에 속했다. 방북 초청을 받은 사실 자체가 미칠 파장이 큰 만큼 관계당국과의 사전 접촉을 통해 방북 추진 여부를 타진했던 것. 관계 당국이 최종적으로 방북에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전달하자 조선일보측도 당장의 방북 추진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가 성혜림씨 일가에 대한 보도를 결정한 시점이 방북 추진 보류 시점과 근접하게 맞물리고 있는 것도 시사적이다. 조선일보는 방북이 어렵게 되자 ‘성혜림 망명보도’라는 또 하나의 히든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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