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에 비해 차지한 자리가 크다.” <미디어 오늘>이 흔히 듣는 얘기다. 하지만 이 말은 칭찬만은 아니다. 애당초 기대가 작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무작정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독자의 평가를 듣는 일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되도록 많은 독자의 견해를 구하는 것이 옳은 일이나 형편상 각계의 20여명 정도로 줄였다. 본지는 이들의 다양한 평가와 바람을 지속적으로 지면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편집자>


언론계- “노조중심의 일방적 시각서 벗어나야”

<미디어오늘>이 창간된 이후 달라진 것은 적어도 공공연한 부정과 부패행위는 크게 사라졌다는 것이 언론계의 일반적 견해다. 내부든 외부든 누군가에 의해 <미디어오늘>에 포착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연합통신의 한 기자는 “술자리에서 사소한 말썽이 생겨도 ‘야, 이거 미디어오늘에 나가는 거 아냐’ 라는 농반진반의 얘기가 나온다”고 전한다.

일반에게 좀처럼 내부를 드러내보이지 않았던 언론사들의 살림살이며 속사정이 일부나마 알려지게 됨에 따라 사주를 비롯한 간부들의 <미디어오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요일 아침 <미디어오늘>이 배달되기가 무섭게 수십부가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 방에 배달되고 몇 분 뒤 기사와 관련 해당 간부나 실무자들에 대한 ‘쪼아대기’가 시작된다.

방송사의 한 고위간부는 “줄을 쳐 가며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3월 13일(지령 41호)자 신문에 강준만 교수가 칼럼을 통해 신문이 제대로 배달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자 한 신문사 사장이 해당 보급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불호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3월 8일 기업체 홍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열렸던 조선일보 경제과학부 공개설명회도 달라지고 있는 언론환경과 <미디어오늘>의 위상이 확인된 자리였다. 이날 조선일보 김광현 차장은 “기업체에 불리한 기사를 빼달라고 하지말라”고 주문한 뒤, “초판에 나간 것이 나중에 빠지면 <미디어오늘>이 이를 체크하기 때문에 빼줄 수 없다”고 말해 기업 홍보활동의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이 지나치게 한 쪽으로 기울고 있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취재원을 언론사 노동조합으로 협애화시키고,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도 노사의 대립구도 속에서 ‘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인규 KBS보도국 취재주간은 “하나의 기사를 쓰더라도 여러 다른 시각들을 고려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호 MBC경제부장은 “<미디어오늘>을 보면 좋은 점은 없고 부정적인 것만 있다”고 지적하고 “좀 더 많은 취재를 해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시각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청림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언론은 현실과 이상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전제하고 “<미디어오늘>은 약자는 두둔하고 강자는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지만 강자가 강자가 된 나름의 이유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며, 약자가 약자가 된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앞으로 언론계 이면에 깔린 내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과 “레이아웃 및 사진처리를 더욱 세련화시켜야 할 것”을 주문했다.

정재학 사회부 차장도 “어차피 나름대로 견제적 기능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비판은 본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득주 중앙일보 편집부 기자는 “획기적이고 참신한 기사는 별로 보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언론인이라면 관심이 있는 타사의 경영정보나 기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잊고 지내기 쉬운 것들을 끄집어 내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재계·관계- “구조적 부정·비리 폭로에는 한계”

재계와 관계에서 <미디어오늘>을 바라보는 입장은 상대적으로 호의적이다. 늘 언론을 상대하면서 언론의 보도에 민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관공서나 기업의 홍보실의 열독률은 매우 높으며 <미디어오늘>에 대한 바람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국방부 정훈공보관실의 한 관계자는 “베일에 가려져있던 언론의 내부 사정을 알 수 있다는 점과 이슈가 됐던 기사에 대한 배경 등을 읽을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으며, 전상우 주한미국대사관 공보원도 “일반 신문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손심길 공정거래위원회 공보관도 “하나의 사안에 대해 언론사마다 시각이 다를 경우 그 이면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긍정적 평가 외에도 <미디어오늘>의 공정성에 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나치게 편파적이며,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한 쪽 견해를 반영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대통령공보수석비서실 권기준 행정관은 “창간의도는 좋으나 지난 총선 직전 논조가 한쪽에 기운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판적이기는 하지만 언론사 사주문제나 기자들의 자사이기주의 등 언론사 내부문제에는 손을 못대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재계 역시 <미디어오늘>을 구독하는 가장 큰 동기로 언론사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을 꼽고있다. 또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언론에 대해 일정하게 견제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필요로 하는 기사들과 도움이 되는 깊이있는 기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홍보관계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인상을 받고있다”면서 “기업 홍보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 기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양그룹 홍보실 김용관씨도 “좀 더 밀착취재가 이뤄져 심도있는 기사가 나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대기업 홍보실의 한 간부는 “취재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겠지만 언론인의 구조적인 부정과 비리가 거의 보도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기업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이를 완전히 청산하기 위해 <미디어오늘>이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제일기획 전략기획팀 김찬석씨는 “언론사의 부정적인 면을 고발하는 기사는 매우 흥미있게 본다”고 말하고 “사회발전을 위해서라도 언론 속의 언론운동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꽤 유익하다”고 평가했다.

사회·노동계- “지역언론 관련 뉴스 부족 큰 아쉬움”

노동계나 종교계, 지역 독자들은 일반 언론에서 접하지 못하는 사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파격적인 편집’ ‘일반언론 보도물의 배경 설명기사’ ‘언론인 24시와 같은 기획물’ ‘언론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폭로’ 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 이덕수위원장은 “스트레이트 기사들을 주로 본다”면서 “언론사 돌아가는 모습과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특히 “MBC파업과 같은 언론사 노조의 활동을 소상하게 알 수 있어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연대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세기이동통신 노조 이강완부위원장 역시 “<미디어오늘>에 대해 호감을 갖고있다”고 전제하고 “언론을 감시하는 언론으로 자리잡기 위해 사명의식을 갖고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제한된 지면으로 지역 관련 기사가 풍부하게 실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 불교교육원의 강명호씨는 “주재기자의 취재가 미흡해서인지 지역관련 뉴스가 많이 실리지 않아 섭섭하다”고 말하고 “지역언론의 모습을 돌아가면서라도 보여주는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학계·문화계- “전문지로서 전문성 미흡 … 보완 필요”

학계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매우 필요한 전문신문’이지만 ‘전문성은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료’로서의 가치에 무게중심을 두고 구독하는 학자들은 <미디어오늘>이 이 기능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창근 광운대 신방과 교수는 “1년이라는 짧은 연조를 감안한다면 대체로 만족하지만 전문성있는 자료를 제공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언론 동향이라는 지면이 따로 확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난이 성실하게 채워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오늘>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칼럼을 좀 더 많이 싣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일 인하대 무역학과 교수는 당초 “현재의 언론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알고 싶어 구독신청을 했다”고 구독동기를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미디어오늘>이 지나치게 언론계 내부 문제만 치중하는 바람에 그다지 충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대중매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사에 대한 배경 따위를 밝혀주는 기사가 실려 매우 재미있게 보고있다”고 말했다. 배수호 부산성모여고 교사는 “언론에 관심이 많아 열심히 보고 있다”고 말하고 “더욱 열심히 해 제 기능을 충실히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김태진 의장은 “전반적으로 크게 나무랄 데는 없는데 기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의장은 특히 “한국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이 때문에 <미디어오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효선 극단 토박이 대표는 “다른 신문에 비해 더 많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언론과 관련있는 사람 뿐 아니라 일반인도 널리 볼 수 있는 신문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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