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부의신의 김수로와 울학교이티의 김수로

"돈있고 빽있는 놈들이 판치는 이 세상이 역겹다고? 그렇다면 너희가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될 것 아니냐. 뒤에서 불평만 늘어놓는 찌질이로 살게 아니라 이 사회의 룰을 뜯어 고치는 사람이 되란 말이다"(KBS 드라마 <공부의신>에서 주인공 강석호 역을 맡은 김수로 대사)
"니들 사람되는 것부터 배워야겠다.…제가 선생으로서 자격이 없다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제가 떠나는 게 맞는 것 같군요. 하지만 존경하는 학부형님들, 여기는 엄연한 학교입니다. 대학입시학원이 아니라는 것 꼭 알아두시기 바라겠습니다.…수능영어 핵심은 이해"(영화 <울학교E·T(이티)>에서 주인공 천성근 역을 맡은 김수로의 대사)

최근 시청률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KBS 드라마 <공부의신>과 지난 2008년 개봉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서도 큰 흥행성적을 내지 못한 영화 <울학교E·T(이티)>에서 각각 선생 또는 학교재건 담당 변호사(사실상 선생)를 맡은 주인공 김수로의 극중 대사다. <공신>과 <이티> 모두 학원물이자 한국 교육의 현실을 그려낸다는 점, 주인공이 모두 김수로라는 점, 주인공의 주변에 모두 문제아나 꼴지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또한 체육선생에서 단기간에 영어선생이 되기 위한 시험에 통과하거나(이티) 꼴찌들이 단기간에 영어 수학 점수를 올린다는 극적인 설정 또한 공통점이 많다.

공부의신 울학교E·T 공통점…김수로·꼴지·입시위주의 교육현실

   
  ▲ KBS 드라마 <공부의신> 주인공 강석헌 변호사 역의 김수로. ⓒKBS  
 
그러나 각각 입시위주의 모순된 한국 교육현실에 대해 학생과 교사들이 현실을 진단하고 돌파해나가는 해법,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면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위 대사 내용처럼 <울학교E·T(이티)>의 김수로(천성근)는 급조된 영어선생이지만, 입시를 앞둔 수험생에게 '입시' 보다는 사람이 되라고 꾸짖었고, 학부모에게는 '학교가 입시학원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공부의신>의 김수로(강석호)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변호사이자, 병문고 재건 임무를 수행하러 파견된 해결사로서 학교와 교사에게 '천하대(서울대)에 많이 보내는 것'이 학교를 살리는 길이라고, 꼴찌 학생에겐 '천하대에 가서 룰을 뜯어고치는 사람이 되라'로 주문한다.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을 드러내는 점도 유사하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역시 <공신>의 김수로와 고아성(길풀잎 역)는 '어차피 고3학생은 공부해야 한다'고 하고, 그 방법을 제시한다. <이티>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수험생과 학교의 현실을 더욱 적극적이며 냉소적으로 진단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누가 요즘 학교에서 공부하나요"(박보영·한송이 역).

김수로를 통해 어떤 교육현실과 해법을 보여주고자 했나

또 한가지의 공통점이자 차이점은 등장인물들의 교육현실에 대한 도전이다. <공신>의 선생과 꼴찌들은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공부해서 대학가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티>의 선생과 그를 따르는 제자들은 '이해'를 강조하는 영어 수업 방식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 수업을 들은 많은 학생들은 그 선생을 외면한다. 극중 등장하는 TV <생방송 화제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솔직히 우리한테 중요한 것은 수능에서 한 점이라도 더받는 거 아니에요" "열심히는 하시죠, 그래도 대학은 못보내요"(극중 학생들)라고 말하며 선생 김수로에게 등을 돌렸다. 이를 위로하듯 <화제집중> 진행자인 문지애 아나운서는 극중 TV에서 이렇게 말한다.

"좋은 선생님보다는 유능한 강사를 원하는 학생들, 인생의 지침서보다는 영어 단어가 더 시급한 학교교육, 선생의 회초리가 고발의 대상이 돼버린 교육현장, 어쩌면 이것이 학교교육의 현실이자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 본 김수로는 펑펑 운다. 그리고 그 학교에 사표를 내고 떠난다. 하지만 <이티>는 그 실패한 도전을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김수로가 떠난 뒤 그를 따르는 제자들(박보영과 이민호 등)이 "여러분 열공이 뭐야?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공차"는 것이라는 김수로의 말을 되새기며 웃는 장면, 임용고시 수석으로 합격한 박보영(한송이)이 김수로가 체육선생으로 있는 오지의 학교로 임용돼 오는 장면, 그 학교가 김수로 때문에 영어성적이 가장 높다고 설명하는 장면들은 그런 희망을 보여준다.

   
  ▲ 영화 <울학교E·T>의 주인공 영어선생 천성근 역의 김수로.  
 
   
  ▲ 영화 <울학교E·T>의 주인공 영어선생 천성근 역의 김수로.  
 
#2. 울학교이티 연출자 박광춘 감독의 공부의신 감상기

그렇다면 같은 주인공과 한국 교육현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 <공신>과 영화 <이티>가 왜 각각 시청률과 흥행성적에선 대조를 보였을까.

<울학교E·T>의 박광춘 감독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공신의 시청률 고공행진의 이유에 대해 "아직은 완결되지 않은 작품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 것은 없지만 <공신>은 자극적으로 시작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며 "교육문제에 대해 <이티>와 다른 식으로 접근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오히려 그게 흥행포인트가 된 것같다"며 "작품성을 떠나 대중들에게 '서울대'(를 호소한 것이 먹혔다)라는 의미가 컸다. 향후 대중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울학교E·T 박광춘 감독 "공신 호기심 자극에 성공…대중에 어떤 영향줄까"

   
  ▲ 박광춘 <울학교E·T> 감독(서울예술종합학교 방송연예영상학부 겸임교수)  
 
박 감독은 "<울학교E·T>에서도 김수로를 혁명가가 아닌 제자를 사랑하는 선생을 통해 슬픈 교육현실을 던지고자 했다"며 "<공부의신>에서 김수로가 거기(서울대·극중 천하대)가야 성공한다는 말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아마도 그런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교육문제에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고 박 감독은 전했다.

박 감독은 "원작의 목표인 동경대와 극중 목표인 서울대와의 차이를 제작사가 어떻게 바꿔나가고 현실에 맞춰나갈지 궁금하다"며 "(교육적인 면에서)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평가가) 달려있다.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박광춘 감독과의 인터뷰 요지이다.

-울학교이티 흥행 저조, 공부의신 시청률 고공행진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공신을 다보지는 못했지만 원작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내 영화와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한 것 같다. 흥행이나 (시청률 등 대중이 갖는) 관심의 측면이 다르기도 하다. 공신에 대해 서울대 만능주의로 보도되고 있지만 아직 절반 가까이(8회) 밖에 안했고,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언론이 오히려 공신을 홍보해주는 것 같다. 아마도 서울대(천하대) 가는 것만이 목표라고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학원물이고 같은 주인공(김수로)인데 수용자 반응이 다른 것은 무엇 때문으로 보나.
"김수로씨가 선생과 비슷한 역할(변호사·사실상 선생)을 한다고 해서 오히려 좀 걱정을 했다. <공신>은 이티와 겹치는 부분도 많다. 국민이 관심있어하는 드라마가 '막장'이 많지만 좀더 대중들에게 자극적으로 접근해서 이야기를 풀어가서 성공하는 경향이 있다."

-김수로의 캐릭터는 어디에 더 어울린다고 보나.
"<이티> 촬영과 개봉이 끝난 뒤 흥행은 덜 됐지만 김수로의 연기가 좋았다는 평가가 나와 흡족했었다. <이티>는 김수로의 코믹스러운 부분을 많이 자제시킨 영화였다. 김수로에겐 진지한 모습이 있고, 그에 대한 열망도 많았다. 그런 이미지로 대중에 다가가고 싶어했다. <공신>에 캐스팅 되기 전에 (더 진지한 역을 맡는다기에) 우려가 더 컸지만 잘하고 있어 안심된다."

-일각에선 '서울대 지상주의' '암기식 주입식 교육 미화' 등의 비판에 대해 '드라마비평을 단지 몇 편 보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반면, 몇 개월간 방송을 통해 매주 2편씩 내보내는데 끝까지 보고 평하자는 말은 과한 요구라는 지적 역시 있다. 어떤 의견인가.
"아직은 완결되지 않은 작품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 것은 없지만 <공신>은 자극적으로 시작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교육문제에 대해 <이티>와 다른 식으로 접근한 것은 사실이다. 그게 오히려 흥행포인트가 된 것같다. 작품성을 떠나 대중들에게 '서울대'(를 호소한 것이 먹혔다)라는 의미가 컸다. 향후 대중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게 보고 있다."

-울학교와 공부의신 모두 입시위주의 현실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전자는 교육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과 현실의 괴리를 담았고, 후자는 전자의 고민을 접고 일단 현실 속에 들어가서 소위 똑똑한 사람들과 경쟁해서 함께 룰을 만드는 위치가 될 것을 주문한다. 사람들은 왜 후자에 열광할까.
"저도 잘 모르겠다. <이티>에 대해서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해석이 달랐다. <이티>에서도 영어선생 김수로를 혁명가가 아닌 학생을 사랑하는 선생을 그린 것이다. 선생을 통해 슬픈 교육현실을 던지려 했다. <공부의신>에서 김수로가 거기(서울대·극중 천하대)가야 성공한다는 말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렇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문제에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예로부터 공부해서 남주냐는 말이 있고, 반대로 근래 들어 공부해서 남주자는 책도 나와있다. 교육의 목적이 입신출세냐 더불어사는 지혜를 얻도록 함이냐를 볼 때 여전히 전자를 선호하는게 아닌가 하는 면이 느껴지기도 한다. <공부의신>을 긍정적으로 평하는 사람들은 교육현실을 역설적으로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드라마를 본 수많은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공부의신>에서 유승호(극중 황백현)가 벌받고, 오기로 공부하는 모습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교육의 목적이나 철학에 대한 것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여겨진다. 다만 반항아로서의 그 캐릭터를 통해 화나고 자존심 건드렸다고 (공부) 하는 매우 단순한 설정을 했는데도 사람들(시청자들)이 이런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드라마의 결론, 원작의 목표인 동경대와 극중 목표인 서울대와의 차이를 제작사가 어떻게 바꿔나가고 현실에 맞춰나갈지 궁금하다. (교육적인 면에서)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평가가) 달려있다.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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