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나오자 보수신문들의 공세가 매섭다. ‘어이 없는 판결’(동아일보)이라며 사법부를 흔드는가 하면 번역 일부를 감수했던 정지민 씨를 인터뷰 해 ‘판사를 고소하고 싶은 심정’(중앙일보)이라며 감정적 보도를 쏟아냈다.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그냥 광우병(CJD)을 인간광우병(vCJD)으로 왜곡했다는 근거를 들어 무죄판결을 반박(조선일보)한 신문도 있었다. 그러나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이들 보수신문들이 을 유죄로 만들기 위해 정지민 씨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고발하고, 광우병 전문가인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기자들의 전문지식 부족을 질타했다. 박찬종 변호사는 법률적 조항을 조목조목 들며 판결은 정당하다고 항변했다. / 편집자 주

최근 사법부가 내린 에 대한 무죄 판결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와의 인터뷰에서 ‘a variant of CJD’ 부분을 인간 광우병을 뜻하는 vCJD로 표현한 것과 보행불능의 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소로 보도한 것이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문제없다고 판단한 사법부의 판결에 대하여 강한 반론을 제시한 것이다(조선일보 22일자 4면)<재판부가 허위 아니라는 ‘아레사 빈슨, 다우너소’…이래서 허위다>.

하지만 이는 광우병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거나 관련 학술논문을 읽은 사람이라면 전혀 문제 삼을 것이 없는 타당한 판결임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의 잘못된 정보 제공을 시정하기 위해 문제가 제기된 부분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을 하고자 한다.

   
  ▲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우선 ‘a variant of CJD’라는 표현이 과연 조선일보가 말하듯이 단지 여러 형태의 CJD를 말하는 것인지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널리 공개된 자료로써 미국농무부 연방관보나 미국 전염병통제센터의 공식 문서에 명기되어 있는 바와 같이 ‘a variant of CJD (vCJD)’라는 표기는 두 말이 동일한 의미임을 말해 준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a variant of CJD (vCJD)’라고 표기함으로서 두 표현이 동일한 것임을 보여주는 자료에는 광우병을 다룬 논문 중에도 이렇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8년도 Proteome Science라는 전문학술지, 6호에 실려 있는 학술논문 중에서도 ‘a variant of CJD’를 vCJD로 표기하고 있다. 따라서 ‘a variant of CJD’를 vCJD로 받아들이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또한 일반인이 ‘a variant of CJD’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다양한 CJD의 의미로 사용할 수는 있으나 그런 경우에는 전후 문맥을 살펴봐야 한다. 인터뷰에서 ‘a variant of CJD’를 언급한 빈슨의 어머니는 이 병이 3건의 발생이라는 말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빈슨의 어머니가 vCJD를 지칭한 것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전후 맥락 없이 ‘a variant of CJD’의 의미를 문의하여 글자 그대로 다양한 CJD라는 식의 답변을 얻었다는 것만으로 이번 판결을 문제 삼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한편, 보행불능의 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소로 보도한 것은 결코 허위가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항상 언급되고 있는 타당한 표현이다. 이에 대한 증거는 국제수역기구(OIE) 홈페이지에도 동일한 언급이 명기되어 있는 것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OIE의 홈페이지에 있는 표현을 옮겨보면, “This particular animal was identified for testing because, as a non-ambulatory animal, it was considered to be at higher risk for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로써 ‘보행불능 소는 광우병 고위험군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행불능의 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소로 보도한 것은 결코 허위가 아니라는 사법부의 판단은 사안의 핵심을 성실하고도 정확하게 파악한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영국에서 광우병이 처음 문제되던 때, 영국 TV가 거의 24시간 내내 다우너 소를 방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사람들이 이것을 문제 삼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과거 방송과 관련된 민사사건의 판결이야말로 각각의 사안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내려졌던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쇠고기 수입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역시 이러한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제출되었던 과학적인 전문 자료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논리적 반대 설명도 없이, 제출된 증거 자료와 전혀 상반된 판결을 성급히 내린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1월22일자 4면  
 
법을 전공한 판사들로서 자연과학적 결과에 대한 이해가 어려워서 그랬을 것으로 추정은 하나, 다행히 이번 판결문을 통해 나타난 사법부의 모습은 제기된 각 항목의 전문적 내용에 대해서도 정확한 이해를 하였고 이를 근거로 하여 매우 성실한 자세로 바른 판결을 내린 점이 눈에 뜨인다. 조선일보가 이번 판결을 거론하면서 근거불명의 이유로 사법부를 비난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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