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작은 신문’운동

기존언론에 대한 대안적 언론이라는 점에서 ‘대안매체(Alternative Press)’라고 불리우는 독일의 ‘작은 신문’들이 본격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유럽을 휩쓴 학생운동의 산물이다.

‘68학생 저항운동’이라고 불리우는 1968년 독일학생운동 세력들이 좌절을 겪으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사회운동, 언론운동 차원에서 모색된 것들이 수많은 ‘작은 신문’들의 창간이다.

국가권력의 합법적 폭력 못지않게 제도언론의 왜곡과 비방이라는 ‘벽’에 부딪혀야 했던 이들 학생운동세력들이 주축이 돼 기존언론에 대항할 수 있는 ‘자신들의 매체’를 창간하기 시작했던 것.

70년대 초중반 창간된 수많은 지역신문, 마을신문, 지역잡지, 민중신문들이 바로 이같은 대안매체운동의 일환으로 등장한 ‘작은 신문’들로 그 대표적인 신문이 79년 창간된 <타츠(taz)>이다. <타츠>는 타블로이드판으로 발행되는 일간 전국지로 기존 매체시장에서도 ‘급진적 좌익지’로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주로 특정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지(독일의 거대 신문 또한 그 출발은 지역지로 시작한 것들이다)로 출발한 이들 ‘작은 신문’들은 지역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지역현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였다.

시민운동및 소외집단이나 제도 정치권에 비판적인 정치적 비판그룹등 기존의 제도언론이 간과하기 쉬운 뉴스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점도 이들 신문들의 특성중 하나이다. 특히 한번 제기한 문제는 ‘끝까지’ 집요하게 추적 보도하는 추적 저널리즘은 이들 신문의 미덕으로 평가됐다.

이들 ‘작은 신문’들은 대부분 ‘무보수 지원자’들에 의해 운영됐다. 상근 기자들을 두고 있는 <타츠>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편집국도 학생, 직장인등 이른바 ‘보통시민’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취재, 편집, 인쇄는 물론 가두 판매원이기도 하고 또한 사무실 청소원이기도 했다.

한때 전국적으로 그 세를 크게 확장하기도 했던 이들 ‘작은 신문’들의 상당수는 그러나 갈수록 어려운 환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폐간됐으며 극소수 신문만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사회의 전반적 보수화경향으로 이들 신문의 존립근거인 ‘독자’들이 줄어든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영세한 규모및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불가피한 일이기는 했지만 저질의 용지, 읽기 힘든 활자, 매끄럽지 못한 지면구성, 생경한 표현등도 이들 신문사의 존립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었다.

특히 국가기구, 경찰및 법원과의 충돌에서 담당해야 하는 엄청난 재판비용은 이들 ‘작은 신문’들에게는 직접적인 폐간위협이 되기도 했다.

80년대 들어 이들 ‘작은 신문’을 대체하면서 새롭게 부상한 ‘지역잡지’들은 국가기구에 저항적이기는 하지만 그 목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신장’에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보도내용이 문제돼 잡지 편집부가 수색당하고 법원과 충돌을 빚기도 하지만 이 역시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해 판매부수 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과거 ‘작은 신문’의 하나였던 1세대 ‘지역잡지’들과는 다른 점이다. 이들 매체에서는 더이상 ‘진보성’및 ‘운동성’을 찾아볼 수 없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