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공부의 신>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을 합리화시켜주는 드라마다"
한 KBS 중견기자의 KBS <공부의 신>에 대한 평가다. 최성원 KBS 노동조합 공정방송실장은 18일 기자와 만나 최근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공부의 신>에 대해 혹평했다.
그는 <공부의 신>에 대해 "1회 방송한 것을 보고 조대현 부사장에게 '드라마가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고 촉구했고, 2회 방송한 것을 보고는 TV제작본부장에게 문제제기를 했다"며 "이 드라마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개그콘서트>의 개그맨 박성광씨가 하는 말을 뒷받침해주는 드라마"라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라는 문제는 정권의 명운을 바꿔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문제임에도 이 드라마는 그런 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을 파괴하고 역주행하도록 한다는 것을 교묘하게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KBS 내부 "'1등만 기억하는 세상' 합리화하는 드라마"
▲ KBS 드라마 <공부의 신> ⓒKBS | ||
최 실장은 <공부의 신>에서 수학의 신으로 불리는 초빙 수학선생 차기봉(변희봉)의 수학 교육 방식이 모르면 외우라고 강조하는 암기식, 주입식 교육방법에 대해서도 "외우기면 하면 된다는 과거 교육방식이 정답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선생님의 역할에 대해서도 "아이들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트레이너가 돼야 한다는 발상은 학생과 함께 또다른 교육주체인 교사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공부의 신> 4회에서는 선생들의 재고용시험을 강행한 강석호 변호사(김수로)가 시험을 치르자마자 "선생님들은 모두 해고"라고 선포했다.
무능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교사의 성찰과 자성은 당연한 얘기지만 실제 현실에서 교사들이 모두 드라마처럼 법인카드로 저녁 먹는 걸 좋아하고, 수업할 때 학생들이 무슨 짓을 하든 외면한다고 보긴 어렵다. 일부 이런 교사들이 있다고 해도 이런 것이 입시를 앞둔 일선 학교 교사들의 실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악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교사들의 수준이 이러니 교원평가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논리의 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고등 교육 최고의 목표가 대학입시라는 점을 절대가치화하고, 교사를 입시의 도구로 전락시키며, 학생을 입시 선수로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선생 학생 입시도구로 전락…공영방송이 일본드라마 베껴"
▲ KBS 드라마 <공부의신> ⓒKBS | ||
이와 함께 <공부의 신>이 일본드라마를 베끼다시피 방송하고 있다는 점도 도마에 올려졌다. 최 실장은 "일본 드라마 <드래곤 자쿠라>를 그대로 카피한 것 뿐만 아니라 일본 교육사회의 문제점까지도 그대로 우리 교육현실로 대치한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공영방송(KBS)은 한국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방송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공영방송의 드라마 제작현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드라마 제작현장에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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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드라마 <공부의 신> ⓒKBS | ||
한편, KBS 노동조합은 이르면 이번 주(21∼22일) 중으로 <공부의 신>의 교육관을 파괴하는 행태를 비롯해 △드라마 기획은 사전공모를 거치기로 한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명가>와 <전우> 등은 경영진이 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KBS 메인뉴스를 정말 NHK식으로 만들 것인지 △탐사보도팀을 실질적으로 폐지한 것인지에 대해 공정방송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