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질문. 당신은 이름만 들어도 서운한 느낌이 확 드는 삼류 대학에 다니고 있다.
어느 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붙인 과외 전단지를 보고 한 학부모가 과외를 의뢰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학부모는 당신의 학교를 서열은 천지차이지만 이름은 한 끗 차이인 다른 명문대와 착각해서 그런 거였다. 그럴 때 당신의 선택은? 오해였음을 밝히고 돌아서서 나갈 것인가, 아니면 밀린 월세와 카드 명세서를 생각하며 열심히 가르치리라고 굳은 결심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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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극중 캐릭터인 정음은 ‘한다’라고 선택했다. 그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의 면면은 말 그대로 ‘스펙터클’하다. 고된 노동에 지친 정음은 종이학 제작 알바를 지인들에게 ‘하청’을 주고, 그 하청은 하청에 하청을 거듭, 개성 공단 노동자에게까지 들어간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종이학 접기 노동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이 노동강도는 높으나 부가가치는 그리 크지 않은 작업에 투여되는 노동력들, 즉 개당 1백원이라는 조작된 노동가치 책정에 포섭된 사람들은 동네 구멍가게 주인아줌마, 외국인 학생(혹은 노동자), 청년실업자들, 거기에 개성 공단 노동자들까지 사회 바깥에서 저임금 노동을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 종이학 접기 원청자는? 극중 개성 공단 노동자의 대사를 빌리자면 “배때기가 부른” 식품회사 CEO 순재다.
‘지킥’의 화면 안에는 계급 상승에 성공한 소시민과 도시빈민으로 전락하기 직전인 젊은 세대가 공존한다. 그리고 그런 메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부수적 인물들 또한 마치 한국 사회의 권력관계도를 보는 것처럼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얽혀있다. 그렇게 구성된 극중 캐릭터들은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돈과 계급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하고도 처절한 문제를 겪는다. 시청자들은 그 사소하지만 치열한 모습에서 웃음을, 그럼에도 권력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슬픔을 얻는다. 그리고 그렇게 울고 웃으며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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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킥’을 ‘닥본사’하는 사람들과 해프닝을 벌인 사람들이 ‘지킥’에 대해 열광 혹은 불편해 하는 건 사실 같은 지점이다. 부끄러움을 감추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바로 그 지점. 이런 드러냄 때문에 ‘지킥’은 어떤 의미에서는 외설적일 수 있다. 대중은 “그게 사실 아니야?”라면서 낄낄거리며 환호하고, 어떤 이들은 악영향을 끼친다며 불편해 한다. 하지만 새삼스럽진 않다. 촛불이 그랬듯, 그 어떤 이들이 대중이 환호하는 걸 불편해 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니.
황정현(영화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