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금지는) 민중의 우려에 따라 민의를 반영한 것으로 민주주의 체제하의 정상적인 행위라는 사실을 미국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만들 것이다.”

정부 대변인의 말이다. 정부 대변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 민중의 우려를 민의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불만을 가지더라도 민의를 반영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미국을 향해서는 충분히 이해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한국의 이야기일까. 애석하게도 이명박 정부 대변인 얘기가 아니다. 이웃나라 대만의 얘기이다. 연합뉴스 타이페이(대만 수도) 특파원이 전한 7일자 기사 내용 중 일부이다.

	▲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지난2008년 5월2일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대만은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했지만,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논란이 벌어지면서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대만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여야 합의로 미국 쇠고기 수입 금지를 한층 강화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8년 대만 이상의 거센 국민 저항을 경험했지만,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촛불을 든 유모차 어머니와 촛불문화제를 주최한 시민사회 인사, 광우병 위험성을 심층 보도한 MBC 을 향해 검찰의 ‘매서운 맛’을 보여줬다.

한국과 대만 정부의 상반된 대응은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대만 의회의 이번 결정 내용은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한국은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머리뼈, 뇌, 눈, 척수 등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개월과 무관하게 머리뼈, 뇌, 눈, 척수, 분쇄육, 내장 등 6개 부위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2008년 6월26일 고시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부칙 8조에는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또는 척수는 특정위험물질 혹은 식품안전 위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입자가 이들 제품을 주문하지 않는 한, 이들 제품이 검역검사과정에서 발견될 경우, 해당 상자를 반송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수입업자가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등을 주문하면 수입할 수 있다. 한국이 개월과 무관하게 수입을 금지하는 부위는 미국 쇠고기의 편도와 회장원외부(소장 끝부분) 등 2개 부위 뿐이다.

	▲ 경향신문 1월7일자 2면.

대만인은 먹지 않겠다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 부위를 한국인은 먹고 있다면 이는 중요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또 청와대가 추가 개정요구 약속을 이행할 것인지도 중요한 관심 사안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은 극히 제한적이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에서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도가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다른 신문들은 지면을 꼼꼼히 살펴봐도 대만의 미국산 쇠고기 금지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뉴스를 언론은 숨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언론은 왜 언론 본연의 사명을 저버리며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대만이 깐깐한 검역주권을 행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이명박 정부가 곤경에 빠질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50%를 넘었다는 보도는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지만, 대만의 깐깐한 검역주권처럼 중요한 뉴스는 보도하지 않고 있다. 언론의 자기검열 때문일까. 아니면 권력 눈치 보기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건 한국 언론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