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새해 벽두부터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KBS의 수신료를 올 연말까지 5000~6000원 정도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뚜렷한 인상요인 없이 국민에게만 부담을 지우고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들의 광고기반을 제공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실직 등 서민경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KBS가 독립성·다양성·공영성이 최근 1년 여 동안 훼손됐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일 경우 거센 저항에 휩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KBS 이사회(이사장 손병두)는 이달 27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과 관련된 논의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규 KBS 사장은 지난해 12월 말 있었던 이사회에서 ‘1월 말 이사회 예산심의 때 수신료 관련 구체방안을 보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내용에는 법제화 방안과 함께 최 위원장이 언급한 인상폭(5000~6000원)과 2TV광고 비율 축소 등이 담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사들에 따르면 김 사장은 실제로 지난해 12월 후보자 때 제출한 경영계획서에 2TV광고 비율을 20% 정도 축소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 4일 “수신료 인상시 7000~8000억 원 규모의 광고가 민간시장으로 이전되는 효과를 내 미디어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혀 KBS가 수신료 인상 대신 2TV 광고를 내어놓는 시나리오가 정부와 교감 속에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KBS에서 풀린 광고는 종편 채널 사업자의 광고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연간 5000~6000억 원이라는 추가적인 수신료 부담으로 조중동 종편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

특히 KBS는 수신료를 당장 인상해야 할 만큼 절박한 이유를 적절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30년 넘게 2500원이었다, 신문 값은 10배 올랐다, 디지털 전환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시청자를 위하는 서비스를 하겠다” 등등 KBS가 제시한 이유는 예전이나 지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더구나 KBS는 지난해 무려 600~650억 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 처분 수익 등을 제외한 순수 사업이익만으로도 200~250억 원에 달한다. 수백억 원대의 흑자를 기록하는 방송이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5일 KBS 경영본부에 따르면 KBS 노사는 2009년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동결·특별상여급 미지급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교통비(월 9만 원), 체력단련비(50%포인트) 복지카드(15만 원) 등을 인상하기로 했다. 수백억 흑자의 수익을 방송콘텐츠 질의 향상이 아닌 구성원 배불리기에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5일 “돈이 없어 대하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못만드는 상황도 아니면서, 흑자를 내놓고 돈 더 내라는 격”이라며 “정치권이나 광고주의 압박으로 광고가 떨어진 상황도 아니고, 오히려 더 광고도 늘고 시청률도 안 떨어졌으면서 왜 올려달라느냐”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경제위기·실직·청년실업의 계속되고 있는데 국민에게 추가 부담을 시키겠다는 것은 최악의 정책”이라며 “최소한 2~3년 더 준비하고 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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