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설

노조간부 2명이 분신으로써 공권력 개입에 항의하는 등 구미 한국합섬의 노사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데는 회사측이 노조간부를 징계하고 노조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등 계속된 노조 탄압과 직결돼 있다는 것이 지역 노동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합섬(회장 박동식)은 지난 91년 4월 회사창립 직후 회장의 조카인 박모씨가 평사원 자격으로 노조위원장을 맡는 등 현행 복수노조금지 규정을 이용,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을 막고있다는 비난을 지역 노동계로부터 받아왔던 회사였다.

지난 94년 11월 지금의 노조(위원장 황영호)가 출범한 뒤에는 앞서의 회장 조카가 회사와 체결한 효력이 정지된 단체협약 인정을 노조측에 요구했다가 노조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있었던 2공장 원료투입 탱크안에서 작업 도중 노조원 김모씨 등 2명이 질소가스에 질식, 사망하는 산재사고와 관련해 이의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노조가 10일간 잔업을 거부하자 회사측은 지난해 말 노조를 상대로 24억6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청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3월4일 노조가 단체협상을 요구하자 회사측은 바로 다음날 황위원장 등 노조간부 12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한편 2년간 무쟁의, 무교섭 등 노조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협상안을 제시해 “고의적으로 협상 결렬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결국 협상이 결렬된 뒤 노조가 4월8일 파업에 돌입하자 회사측은 이를 불법파업이라며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등 강경 자세로 일관해 왔다는 것이다.

이진권 노조 부위원장과 서상준 회계감사의 분신은 이처럼 회사측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등 강경 자세로 일관하면서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가고 있는 데 대해 노동자가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항의표시라는 것이다.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구미 한국합섬 노조의 부위원장 이진권씨와 회계감사 서상준씨가 지난 4일 경찰의 노조원 연행 등에 항의 분신했다.

한국합섬 노조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30분께 이씨 등 노조간부 5명이 앞서 저녁 7시30분께 2공장을 방문한 노조원 40여명이 공장 정문에서 경찰들에게 폭행을 당한 뒤 이중 22명이 연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에 항의하기 위해 2공장 정문에 도착했으나 경찰들이 이들 역시 출입을 막자 이씨와 서씨가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했다.

이들은 분신 직후 구미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은 뒤 서울 강남 성심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이씨는 중태다.

한편 한국합섬 노조는 이씨와 서씨의 분신 사건과 관련, 6일 노조원과 지역의 노조, 사회단체 회원 3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회사의 살인만행, 공권력 규탄 결의대회’를 갖고 노조사수 등을 결의했다.

한국합섬 노조는 지난 3월4일 이후 회사측과 8차례의 단체교섭을 벌여 왔으나 회사측이 2년간의 무쟁의, 무교섭 등의 단체협약안을 들고 나와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는 지난 4월8일 파업에 돌입, 5월6일로 28일째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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