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기자클럽은 지난 4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총회를 갖고 중앙일보 박금옥부국장(53·편집위원)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박회장은 신임 회장으로서 특별한 계획 등은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해오던 일이라도 잘 챙기겠다는게 그의 소신인 듯 했다. 차분한 성격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여기자들이 처해 있는 언론계 상황을, 여기자클럽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떤 일들을 구상하고 있는가.

“여기자클럽 사업은 매년 일정하게 진행돼 왔다. 6월초에 ‘여기자가 되려는 여대생을 위한 워크숍’이 있고 일년마다 발행되는 ‘여기자’라는 책이 12월에 발행된다. 이외에는 부정기적인 심포지엄이 준비되고 있으나 이번 회기에 특별히 다른 기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들을 진행시키면서 여기자들의 공통적인 관심사가 무엇인지 포착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여성들이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을때 특히 안게되는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기자라는 직업은 일의 속성상 시간의 드나듬이 잦고 많은 시간과 집중도를 요한다. 일반적으로 직장을 가진 여성들이 모두 그렇겠지만 여기자들은 일과 가정 양쪽을 동시에 꾸리는 것이 힘들어 어떤 결단이 요구되기도 한다.

가정과 일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아이를 돌봐주는 전일 가정부를 두는 경우도 있다. 또 친구중에 그런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일을 하다가 결혼 적령기를 놓친 경우도 없지 않다. 또 직장에서도 부서배치나 승진에서의 불공평함도 어려움들이다.”

―여기자들이 직장에서 갖게 되는 문제들중 상당수는 여기자 자신들의 노력부족이나 자질 문제라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

“직장에 들어올 때부터 자질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제한된 경험밖에 갖지 못할 때 능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차이가 나게 된다. 교육의 기회나 부서에서의 경험, 승진의 기회등에서 엄연하게 차별이 존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경험에서의 차이가 여기자 개인의 목표를 규정하고 제한하는 점이 있다.”

―여기자클럽이 여기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우리의 모임이 친목 중심으로 운영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자들에 대한 권익옹호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우선 일로써 승부해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나 여러 여력들이 없었던 것이다.

또 운동적이고 정치적인 성향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집행부도 새롭게 꾸려진 만큼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온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신문 여기자들이 여기자회를 구성하고 부서배치등의 문제를 제기했었는데 여기자클럽 차원에서 언론사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할 생각은 없는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논의는 없었다. 이제 그런 노력들을 보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일에는 누군가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는 일인데 아직까지 여력을 찾을 수가 없다. 또 한편으로는 각 회사마다 다른 사정을 감안할 때 과연 공동 대응이 효과적일지 의문이기도 하다. “

박회장은 지난 68년 대한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 서울신문을 거쳐 72년부터 줄곧 중앙일보에 몸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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