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한국 최고의 효자 김영삼’ 이라는 주제의 TV프로그램이 청와대 직접 연출로 3년째 만들어지고 있다. MBC는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그저 녹화 및 방송만 할 뿐이다.

MBC 어버이날 특집인 이 프로그램명은 ‘높고 깊은 사랑’. 5월 8일 청와대에서 행해지는 어버이날 행사를 녹화해 당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방송하게 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청와대의 사전지시에 의해 제작될 뿐 아니라 프로그램 세세한 부분까지 청와대가 관여하고, 주연으로는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등장하고 있어 ‘지나치다’는 비난을 사고있다.

‘김대통령 효자 만들기’는 이번 어버이날 특집외에도 그동안 각 방송사가 김대통령이 문안 전화 하는 모습, 설날 세배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뉴스를 통해 보도함으로써 이미 일반인에게 낯선 풍경은 아니다.

청와대 녹지원에서 녹화방송될 이번 특집 프로그램 ‘높고 깊은 사랑’에는 대통령 내외가 참석하며 청와대에서 초대한 1백세 이상의 장수노인들, 전통 모범가족, 효행상 수상자들이 참여하게 된다.

또 MBC 드라마 ‘전원일기’ 출연진들과 MBC어린이 합창단이 참여하며, 한선교·한성주 아나운서의 공동진행으로 꾸며진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는 대통령 내외가 등장, 좌석에 앉은 노인들에게 패랭이 꽃을 달아드리는 ‘감사의 꽃 달아 드리기’ 코너가 마련되며 1백세 이상의 장수노인들에게 장수지팡이를 전달하는 ‘장수지팡이 전달’코너가 마련된다.

또 이어 대통령의 치사순서도 마련돼 있다. 참석자들은 들러리일 뿐 ‘효’의 주체는 오로지 김대통령 뿐이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해 방송된 어버이날 특집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영삼대통령은 지난해에도 MBC의 어버이날 특집 방송을 통해 “매일 아침 7시 5분전에 아버님께 전화를 드려 날씨와 건강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으며 “외국에 나가서는 시차와 일정때문에 국내에서처럼 시간을 맞추지는 못하지만 어디를 가든 매일 전화를 드린다”고 강조했었다.

이같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꾸며지는 이번 프로그램을 놓고 방송사의 한 PD는 “청와대 연출에 김대통령이 주연인 프로를 다만 방송사가 녹화해 방송해 주는 꼴”이라며 “그렇고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자조섞인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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