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지나친 점은 없었는지, 지금 와 돌아보면 후회되는 점은 없는지를 돌이켜 점검해 봐야 한다. 검찰의 반성은 노 전 대통령의 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검찰 조사를 받는 연간 수십만 명에 달하는 피의자들의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이틀 만인 지난 5월25일 조선일보 사설 <검찰이 돌아보고 생각해야 할 일> 내용이다. 당시 ‘박연차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지적은 여론뿐 아니라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5월25일 5면 <반년 간 싹쓸이 수사 ‘여론전’까지 동원 사법처리는 미뤄> 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고 주변에 대한 싹쓸이 수사를 벌인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검찰이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계약 건과 2억 원 명품시계 얘기를 수시로 언론에 흘린 것은 ‘여론전’을 동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부인·아들·딸 압박 수사…검찰 역풍 불까>(5월24일자 11면)와 서울신문 <혐의 입증 어려워…‘무리한 수사’ 책임론 일듯>(5월24일자 5면)도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했다.

경향은 5월27일 <서거 전부터 검 내부서도 “수사 이상하다”>에서 “이번 기회에 (피의자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기존의 특수수사 방식을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하는 검사의 말을 전하며 “이 같은 검찰 내부의 목소리는 이번 수사가 절차와 방식 면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수사팀이 구체적인 물증도 없이 노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하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고 문제제기를 제기했다.

검찰이 흘린 내용을 받아쓴 언론 자신의 반성은 검찰 비판 기사가 나온 지 며칠이 더 지나서 기사화됐다. 한겨레신문은 5월28일자 사설 <전 대통령 서거 ‘언론 책임론’ 무겁게 여겨야>에서 “검찰이 흘리는 혐의사실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것은 물론, 회갑 선물 시계의 경우처럼 오직 인간적 모욕을 주기 위해 본질과 관련 없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고 반성했다.

국민일보 정재호 사회부장은 6월1일 ‘데스크시각’ <‘포괄적 살인’>에서 “언론은 검찰의 공식 언론창구의 확인을 토대로 다양한 취재원을 동원해 모은 혐의 내용의 ‘단편’을 ‘검찰 관계자’란 이름 하에 보도했고 이 과정에서 수사팀 내 ‘빨대(취재원을 지칭하는 은어)’가 경마식 보도 경쟁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며 “언론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편집국 제작평의회를 열고 보도준칙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의 지난 4일자 1면 머리기사 <“한명숙 총리에 수만불”>과 그 뒤의 언론보도는 당시 반성을 무색케 한다. 검찰 혹은 정부 고위 관계자를 통해 흘러나온 진상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은 정보가 조선일보에 의해 해명도 없이 실명으로 보도됐고, 다른 언론들은 조선만 믿고 후속 보도를 쏟아냈다. 반년 전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대한 반성은 온데간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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