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둘러싼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의혹을 담당하는 수사팀이다. ‘한상률 사건’은 안원구 국세청 국장 폭로로 관심을 집중시킨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논란의 핵심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둘러싼 ‘기획 세무조사’ 논란을 풀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핵심 인물인 한상률 전 청장은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청장 소환에 미온적인 모습이다. 언론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폭로가 국세청 국장에게 나왔지만, 심층 취재에 들어간 언론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관대한 검찰과 언론은 참여정부 핵심 인사인 한명숙 전 총리를 둘러싼 의혹 사건이 쟁점으로 떠오르자 취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검찰과 언론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특정 사건은 부풀리고 특정 사건은 숨긴다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서울신문은 8일자 사설을 통해 “예민한 초기 수사 내용에 대한 정보 흘리기 논란은 수사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는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시장에 맞설 야권 후보 0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번 의혹에 연루되면서 이미지 상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보수신문도 지적하는 대목이다. 중앙일보는 8일자 사설에서 “(한 전 총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면서 “만의 하나 정말 (검찰의) ‘의도’가 있었다면 그건 흠집 내기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테러행위”라고 지적했다.

주목할 대목은 언론의 보도태도이다. 8일자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한명숙 의혹 당당하고 신속한 수사로 풀어야>이다. 세계일보는 8일 <민주당·친노세력의 비정상적인 ‘한명숙 구하기’>라는 사설을 실었고, 한국일보는 8일 <야당의 이상한 검찰수사 정치공세>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국민일보는 7일자 <떳떳하다면 수사받기를 자청하라>라는 사설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치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예외를 인정받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보도태도는 한 전 총리가 불법을 저지르고도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고, 민주당 등 야권은 ‘한명숙 보호’에 나서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는 검찰은 물론 언론 보도에도 한 전 총리의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물증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여론재판’ 우려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수뢰의혹사건에 대해서 민주당이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며 “지금은 검찰수사를 조용히 지켜볼 때”라고 주장했다.

장광근 사무총장 발언은 이중잣대 논란을 자초했다. 앞서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3일 오전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담당 수사 주변 인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피의사실이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