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보도와 관련,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와 같이 검찰의 언론플레이 논란이 또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폐쇄적으로 변한 대언론 수사공보 시스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법무부는 노 전 대통령 서거가 검찰의 ‘악의적인’ 언론플레이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 6월부터 수사공보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성낙인 한국법학교수회장)를 발족해 9월초 수사공보제도 개선안 훈령 초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은 △수사브리핑을 영장 및 공소장 적시 내용에 한정해 서면을 통해 진행 △공보담당 대변인·차장검사 외 수사팀의 수사내용 일체 공개 금지 △공익성·오보대응 등 검찰 해명이 필요하면 예외적으로 구두브리핑 허용 △수사에 대해 악의적으로 폄훼할 경우 검찰의 적극 방어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안이 ‘국민의 알권리 침해’ ‘취재위축’을 낳을 것이라는 기자들의 거센 반발에 따라 법무부는 아직도 안을 확정하지 않았다. 법무부 형사기획과 관계자는 8일 “아직 정해진 게 없고,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취재현장에서는 지난 5월말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대검 중수부의 주요 현안 일일브리핑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주 2∼3회 기자 간담회 등이 일체 사라져 사실상 사건에 대한 취재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땐 서울고검 총무계 직원이 국감장이 비좁으니 검찰 출입기자는 오지 말라고 얘기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무엇보다 공개브리핑을 통한 수사공보가 사라진 대신 밀실에서 수사정보가 특정언론에 흘러들어갈 가능성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 전 총리 건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언론플레이 논란이 또다시 재현되고 있는 이유도 이런 공보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검찰의 보이지 않는 통제와 관리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검찰을 출입하고 있는 A일간지의 한 기자는 “지난 5월 말 이후 수사와 관련해 차장검사급에서조차 공식적으로 팩트를 확인해주거나 알려주는 일이 사라졌다”며 “우리가 검찰 말을 그대로 받아쓰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취재와 확인을 거쳐 보도하는 것인데 확인자체가 안되니 이미 보도된 내용이 잘못됐다 해도 따라가는 일이 생겨 오보가 무차별 양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플레이 논란과 관련해 “한 전 총리 건이 검찰이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어디에선가는 분명히 정보가 새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흘린 바 없다’고 해봐야 설득력이 없다”며 “공식적이고, 신뢰성이 있는 사람이 절제된 수준으로 확인을 해주는 게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공보방침과 취재 제한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검찰의 무분별한 수사정보 유출과 언론의 받아쓰기 보도 행태 때문이었다는 비판에 근거한 것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모든 검찰이 다 그렇게 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수사정보 유출의 진원지가 주로 ‘나쁜 빨대’라고 지목된 일부 검찰 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등을 구실로 피의사실 공표금지를 엄격히 적용하면서 오히려 다수의 언론을 통제하고, 특정 언론에만 수사정보를 흘리는 관행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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