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6일(한국시간) 드라마와 같은 선거 장면을 연출하며 첫 번째 흑인 대통령 등장을 알렸다. 세계는 변화를 선택한 오바마 시대를 주목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6일자 1면에 <미국, 변화를 택하다>라는 기사를 실었고, ‘역사의 신새벽’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도 1면에 <‘오바마 혁명’…미국은 변화를 택했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취임 1년도 안돼 노벨평화상을 탔다. 그는 세계 각국을 순방할 때마다 젊은이들의 관심을 불러 왔다. 최근 중국에서 대학생들과 대화를 할 때도 그랬다.

오바마가 지난 18일 오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모든 공식일정을 생략하고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나섰을 정도로 정부는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언론은 오바마의 첫 방한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한미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19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 가능 교원평가 반영 협의 가능>
국민일보 <세종시로 빛바랜 '기업 프렌들리'>
동아일보 <은행장 후보, 금융당국이 사전 심사>
서울신문 <"알만한 기업들 세종시 이전 굳혀">
세계일보 <국민 혈세 1조863억 축냈다>
조선일보 <오바마 '강해진 중국'을 직면하다>
중앙일보 <지구온난화의 역습, 삶도 병도 어느 결에…>
한겨레 <'4대강 수정론' 여당서 확산>
한국일보 <자유전공학부 '잃어버린 1년'>

한국 주요 신문의 19일자 1면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이 실렸다. 그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18일 오후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 내렸다. 한국 체류 일정이 시작된 셈이다. 한미 양국의 최대 현안 과제는 북핵 문제와 한미 FTA 라는 게 언론의 분석이다.

서울신문은 FTA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신경전을 겨냥한 사설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신문은 <오바마 서울거리 수입차 제대로 보라>라는 사설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에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승용차들을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외제 승용차가 얼마나 많은지, 그 가운데 미국산 승용차는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따져보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미국차의 부진은 유럽이나 일본산보다 관세가 더 붙어서가 아니다. 여러 소비자조사에서 드러나듯 디자인과 성능으로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뒤지기 때문이다. 더 취할 조치도 없겠으나 수입차 시장을 더 열어 본들 지금 상태로는 그 혜택을 유럽산, 일본산이 가져갈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한미 FTA 전망은 불투명"

   
  ▲ 중앙일보 11월19일자 4면.  
 
미국이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분야의 양보를 요구할 것을 대비한 사설이었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깊이 있는 논의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일보는 3면 <그랜드 바겐 '입' 맞추고…한미 FTA '기분'만 맞출 듯>이라는 기사에서 “북핵 해법의 경우 양측이 이견을 드러낼 사안은 아닌 만큼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FTA 문제에서는 극적인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일보는 “이 대통령은 우선 한·EU(유럽연합) FTA보다 발효가 늦어지면 미국이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고, 미국이 한국의 교역상대국 4위로 처지고 있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등의 논리로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미국 내에서 건강보험 이슈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FTA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4면 <오바마, 한·미 FTA비준 의지 보일까>라는 기사에서 "북핵 해법에 비하면 FTA 문제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미 FTA는 2007년 9월 협상 타결 이후 의회 비준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져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한미 FTA 미국 사정 복잡"

   
  ▲ 한겨레 11월19일자 4면.  
 
한겨레는 4면 <'FTA 비준' 서두르는 한국 조심스런 미국>이라는 기사에서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좀더 나아가,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한 노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공개적 언급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자동차 업계와 의회의 반발 등 미국 국내 사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3면 한미 정상 '북핵' 철벽공조 과시할 듯>이라는 기사에서 “양국 최대 현안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위다. 어느 정도로 강한 의지가 표명되고 구체적인 방법론이 나올지가 관건이다 북핵 문제는 양 정상이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며 '철벽공조'를 과시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중앙일보는 <미·중 북핵 이견, 한·미 '찰떡 공조'로 넘어야>라는 사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천명한 그랜드 바긴 해법을 두고 미 정부 일각에서 불만스러워한 기색이 있었지만 지금은 말끔히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한미 정상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수사'뿐"

   
  ▲ 조선일보 11월19일자 3면.  
 
조선일보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동맹의 깊이와 질에 있어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3면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 열쇠는 '북핵·FTA'>라는 기사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관건은 동맹의 질과 깊이를 얼마나 높이고 다지느냐에 달려 있다. 핵심 안건은 북핵과 한미 FTA”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두 정상이 동맹의 근간이나 다름없는 이 두 문제에 대해 현 단계에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수사' 뿐이라는 점에 한계가 있다”면서 “한미는 북한에 대응하는 각론에서 시각차를 보일 수 있다. FTA도 미국의 국내 여건상 당장 의회 통과를 서두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의 신중한 반응은 오바마 대통령의 첫 방한치고는 한국 체류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채 하루가 되지 않는다. 언론은 한미 양국의 산적한 현안을 풀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향신문, '20시간30분 체류' 들러 가는 방한?

   
  ▲ 경향신문 11월19일자 3면.  
 
국민일보는 3면 <정상회담 후 10여분 함께 걸으며 '산책외교'>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마친 다음 관저인 상춘재까지 10여분을 함께 걸어 이동하게 된다. 한·미 정상 간 '산책외교'가 펼쳐지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정상이 10분간 산책을 하면서 얼마나 밀도 있는 외교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언론은 오바마의 한국 체류시간이 짧고 공식 행사 역시 정상회담과 미군부대 방문 등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들러 가는’ 방한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3면 <20시간 30분 체류 '들러 가는 오바마'>라는 기사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18일 저녁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국 체류 시간은 만 하루가 안 되는 20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하다(중국은 3박4일 일정)”고 보도했다.

짧은 방한 시간, 한국 홀대 논란

   
  ▲ 서울신문 11월19일자 3면.  
 
경향신문은 “정부는 '한·미 관계는 이미 돈독하고, 방한 시간이 아니라 정상회담의 성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지극히 짧은 체류 시간과 방한 일정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반영한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짧은 방한 일정은 ‘한국 홀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정상회담 외에는 별도 행사도 없다. 정상회담 후 주한미군 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는 게 전부다. 중국에서 대학생들과 대화시간을 갖고 일본에서 아시아 정책 연설을 한 것과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은 3면 <오바마 20시간 15분 체류…한국 홀대?>라는 기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18일 한국을 찾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너무 '간소해' 한국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말이 1박2일이지 체류시간으로는 20시간 15분으로 만 하루가 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오바마, 대학생 강연도 검토했으나"

   
  ▲ 동아일보 11월19일자 4면.  
 
조선일보도 4면 기사제목은 <오바마의 '외교 삼국지'…중엔 밀착, 일과 꺼끌, 한국은 편안>이라고 뽑았지만, 기사 내용에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조선일보는 “오바마 대통령은 한중일 3국 방문에서 한국에 가장 비중을 적게 두었다. 21시간의 체류 시간에 미군기지 방문을 제외하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유일한 공식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기인 대중 연설과 일반인과의 자연스런 접촉을 살릴 기회는 애초부터 계획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 침범으로 인한 남북한 교전이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을 더욱 간략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해명’에 더 무게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4면 <이 대통령 회담 전략은 'FTA 논의 먼저' 오바마 '북-미 대화 오버 안한다' 밝힐듯>이라는 기사에서 “이번 방한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의 대학생 강연, 판문점 방문 등도 검토됐으나 체류 시간(21시간 정도)이 워낙 짧아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한미 양국은 두 나라간에 정책조율이 매우 원활하게 이뤄져 왔으며, 이미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져왔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번 방한 일정은 간략하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김용현 교수 "북한 체제 인정,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 던져야"

   
  ▲ 한국일보 11월19일자 39면.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한을 바라보는 전문가 시각은 또 다르다. 짧은 체류기간과 무관하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일보 39면 <'한반도 평화 위한 선언'을>이라는 칼럼에서 “그가 평양에서 가까운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교수는 “한미 양국은 그동안 김정일 체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는 했지만 북한에 확신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김정일 정권을 북핵 폐기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체제인정 문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해소와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매우 더딜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며 “서울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대화와 6자회담을 넘어 꽃피는 춘삼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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