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의 주시간대 뉴스가 크게 뒤틀려 있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크게 의심받고 있으며, 상식을 넘어선 ‘대통령 모시기’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영삼대통령 관련 기사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보도되고 있는가 하면, 사사로운 대통령의 일상사마저 비중있게 처리되고 있어 5공 당시 ‘땡전뉴스’에 이어 ‘땡김뉴스’라는 신조어가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관련기사 3·5면

특히 방송은 총선을 겨냥한 정부의 선심성 정책발표를 대통령의 치적으로 포장, 일방적인 홍보를 벗어나지 못한 보도태도를 보여 선거를 앞둔 ‘여당편들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본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94년 12월 1일부터 지난 2월28일까지 90일간 KBS, MBC, SBS 방송3사의 주시간대 뉴스에 등장한 대통령 관련 기사는 각각 1백40건, 1백32건, 1백42건에 이르렀다. 하루 평균 1.5회, 3개 방송채널을 통
해 너댓번씩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보도 빈도 뿐 아니라 계기도 매우 다양하다. 각계인사를 만나 오찬을 나누거나, 휴가를 떠날 때와 돌아올 때, 설날을 맞아 부친에게 세배한 것까지 주시간대 뉴스로 다뤄진다. 보도 빈도를 늘리기 위해 억지로 기사를 만들기도 한다. “중소기업청장을 임명했다” “신임 중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가
각각 한 꼭지씩 이틀간 방영된 것이 그 예다.

대부분의 정부정책도 대통령 중심으로 보도되고 있다. 독도문제가 터지면 대통령의 독도경비대장과의 전화통화가 주요 뉴스로 자리잡고, 중기청 개청이나 교육개혁, 사회복지 정책 등 선거용 발표도 대통령의 결단의 산물이나 치적으로 편집·방영된다.

이같은 과정에서 대통령이 아닌 집권여당 총재로써의 역할도 슬그머니 끼어든다. 신한국당 공천자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격려하거나, 영입인사들과의 면담도 ‘대통령의 비중’에 준해 주요 뉴스로 방영돼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방송이 앞장서 홍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3사의 이같은 뒤틀린 보도태도는 야3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새정치국민회의는 방송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다가온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난 2월8일부터 방송3사를 잇달아 항의 방문하기도 했으며, 시민단체와 방송사 노조등이 참여한 ‘방송개혁 국민회의’도 지난 4일 토론회를 개최하고 방송의 불공정 보도 사례를 폭로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