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4일 저녁 7시 태평로 세실레스토랑에선 한국인권단체협의회를 비롯한 인권관련 단체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기자회견은 이 단체들이 18일부터 제네바 유엔인권센터에서 열리는 제52차 유엔인권위원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를 상대로 가진 것이었다. 유엔인권위 참석자들은 약 두시간에 걸쳐 유엔인권위에 대한 설명과 이번 52차 회의에서 한국문제와 관련해 국가보안법, 노동악법 등의 여러 문제들이 토의될 것이란 설명을 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인권위에 참석하는 한 관계자는 “작년 51차 회의 때 우리나라 일간지, 방송사 가운데 한군데도 특파원을 보내지 않았으며 현지 특파원조차 취재를 오지 않았다”며 “일제 정신대 문제 관련 내용이 논의됐음에도 이 소식이 다름아닌 도꾜통신발로 우리 언론에 소개된 것을 보고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도 지난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며 참석한 기자들에게 “여러분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꼭 현지 취재를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사회개발정상회의를 예로 들며 우리 언론의 ‘인권 무관심’을 비판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수행기자단은 참석한 나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현지 언론들이 이를 화제로 여겨 보도할 정도였다. 그러나 수행기자단은 김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하는 데만 열중했을 뿐 사회개발정상회의 행사와 함께 열렸던 민간단체들의 인권관련 세미나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자단보다 훨씬 적은 수의 다른 나라 기자단이 정상들의 공식행사 외에도 이들 세미나를 분주히 취재하는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우리 언론은 이번 제52차 유엔인권위에 한 언론사도 특파원을 파견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이들의 예측을 사실로 증명했고 이들의 하소연을 묵살하게 됐다. 더구나 몇몇 주간지를 제외하곤 제52차 유엔인권위가 열리고 여기에 정부와 민간단체 관련자가 참석한다는 것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우리 언론은 얼마전 언론계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한 모터쇼를 자동차 회사의 전액협찬을 받아 다녀왔다. 앞으로도 우리 언론은 현지공장 견학, 박람회, 현지 시찰 등 각종 명목으로 기업의 전액협찬을 받아 외유를 다녀오는 관행은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우리 언론에게 “왜 유엔인권위 현지 취재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준비해야 할까. 지금으로선 “협찬사가 없어서”라는 대답 외엔 잘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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