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45만 노조원 동지들의 투쟁의 결과로 석방된 것 입니다. 노조원 동지들에게 감사합니다.”
지난 13일 오후 6시30분 서울구치소앞. 보석으로 풀려난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은 출소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권위원장은 이날 마중 나와있던 70여명의 민주노총및 언론계 관계자들에게 “오늘 오후에야 보석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양규헌 수석 부위원장 등 구속된 동지들을 뒤로 하고 먼저 나오게 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번 보석결정에 대해 노동계는 대체로 “예상외”라는 반응이다. 권위원장 역시 “담당 재판부인 박시환 판사 개인의 고뇌와 용기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위원장은 최근 노동관련 보수적 판결을 잇따라 내린바 있는 대법원의 결정을 지적하며 “아직 사법부의 독립은 멀었다”고 강조했다.

박판사는 최근 국가보안법의 구속기간 연장에 대한 위헌제청을 받아들여 관심을 모았으며 지난 92년도엔 시국사건에 대한 무리한 구속영장을 대거 기각했다가 강릉지원으로 좌천 발령 받기도 한 소신판사로 알려져 있다.

권위원장은 구속 기간중 민주노총의 조직력을 강화하고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문제 등 민주노총의 장기적 전망에 대해 숙고했다고 한다. “정부의 이념 공세를 극복하고 국민들에게 민주노총의 참모습을 잘 알려내야 한다. 국민속에 자리잡는 것만이 민주노총의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민주노총의 중장기적 과제”라고 감옥에서의 사색의 일단을 피력하기도 했다.

권위원장은 출소 다음날인 14일 민주노총 사무실에 출근, 방한중 그의 석방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국제자유노련 조사단을 만나는 것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문화방송 파업현장 방문등 꼭 필요한 일을 제외하고는 자택에서 휴식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별 이상없다”며 건강을 강조하는 권위원장이지만 부인 강지연씨와 가족들의 염려를 덜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서이다. 민주노총의 당면 현안에 대한 ‘정리’와 ‘구상’의 시간으로 잡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출소 다음날 새벽 5시 ‘강성구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간 문화방송 파업사태와 관련, 권위원장은 “정부가 공권력 동원등 무리한 대응은 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하면서도 “그러나 만약 경찰을 투입할 경우 민주노총은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의 간헐적인 노동법 개정 시사에 대해서는 “매우 이중적 태도”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진의를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한 상태지만 “근로자파견법등 노동부가 추진 중인 노동 통제를 위한 입법안과 복수노조 금지조항등 거센 개정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독소적인 노동법 조항의 일부 개정과 맞바꾸려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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