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회장 선출을 위한 기협 대의원 대회에서는 회장 후보들의 열띤 유세공방이 전개됐는데 언론계 현안에 대한 후보들 나름의 독특한(?) 진단과 처방이 제시돼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상대 후보를 겨냥한 인신 공격성 발언과 선심성 공약 제시도 적지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기자연금제 실시” 공언

○…추첨에 의해 첫 연사로 나선 배유현후보(중앙일보 편집기획실)는 “중앙일보 취재기자로서 어제 아침 기사까지 충실하게 기명기사를 송고하고 이 자리에 섰다”며 기자로서의 자세를 강조한뒤 지난해 연말과 지난 3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명예퇴직 사례를 들어 언론인의 불안한 신분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제기하면서 기자연금제 실시를 역설.

배유현후보는 “프레스센터나 방송광고공사의 기금과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신문 광고비의 15% 정도에 이르는 광고대행사의 대행수수료중 10% 정도를 할애받으면 연간 1천억원 정도를 기금으로 조성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안으로 여러분들이 10년만 더 살면 앞날이 보장되고 밖에 나가 손 벌일일도 없을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

배후보는 특히 자신이 고려대 상대 출신으로 연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것과 관련, “우리나라 재계의 양대 물줄기에 연이 닿고 있으며 지난해 연말에는 우리나라 재계의 최대모임인 고려경영포럼 결성을 주도,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고 밝히고 “재계 인사들에게 당신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며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재계의 협조를 끌어낼 것이라고 기염.

또 정부에 대해서도 “언론이 아니면 정부하는 일이 보도될 수 있겠느냐. 언론이 안정돼야 나라가 살 수 있다며 협조를 부탁할 것”이라고 연금제 실시방안을 제시.

배후보는 이밖에도 각 언론사들이 넘치고 부족한 인력으로 상호 교류를 위한 인력뱅크 시스템을 설치하고 무주택 기자들과 주택 규모를 키워가려는 기자들을 위한 지역별 기자촌 건설을 공약하는 한편 “만약 자신이 회장에 당선될 경우 후보로 나선 두 선배를 최소한 부회장급 이상으로 모시겠다”고 공언하기도.

“편집권침해 백서 내겠다”

○…두번째 연사로 나선 남영진후보(한국일보 충남대전취재본부장)는 “권익옹호와 친목사업도 중요하지만 공정보도를 실현하고 언론자유 침해세력과 투쟁해 나가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며 “비록 어렵더라도 이같은 본령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원칙론을 강조.

남후보는 “문민정부들어서도 권력으로부터의 침해는 크게 개선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세무조사를 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언론사주의 재산공개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은 그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

남후보는 특히 “언론사간의 무한경쟁 속에서 기자들은 물량주의의 피해자가 돼 이제는 자기 앞가림에 급급한 실정으로 특종도 하고 판매, 광고도 잘하는 기자가 돼야 하는게 오늘의 기자들의 자화상”이라며 편집권 침해 백서를 낼 것이라고 공언.

남후보는 한국일보가 기자협회 회장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상대 후보의 비난을 의식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기자협회 활동을 거의 하고 있지 못한 형편에서 한국일보의 참여가 많았던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며 “기자협회의 임무와 정책, 공약으로 평가해달라”고 호소.

일화 소개하며 지지호소

○…마지막 연사로 나선 안정배후보(조선일보 편집부)는 대학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된 전력으로 언론사에 입사하고도 프레스카드 등을 발급받지 못해 고충을 당했던 일화등을 소개하면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

안후보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편집, 편성권의 독립을 위해 신문협회 및 편협 등의 동의를 얻어 편집헌장의 입법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주 1회 휴무 관철및 통일언론에 저해가 되는 국가보안법 개폐등을 공약으로 제시.

안후보는 특히 74년 동아·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과 관련, “정부는 10·24 자유언론선언의 역사성을 인정하는 일만 남았으며 80년 광주민주화항쟁을 매도한 언론사는 국민과 역사앞에 사죄해야 하며 당시 관련 인사들은 언론사를 떠나야 한다”고 강도높게 주장. 안후보는 “당시 왜곡보도한 언론사는 피해자들에게 수십억원, 수백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그러나 안후보는 주1일제 휴무관철과 관련 “한국일보가 지난 89년 월요판 무한경쟁에 불을 질렀다”고 회고한 뒤 “기협 35대 회장중 H일보가 10번이나 했다. 특정신문사 사람들이 기자협회를 독점하거나 대물림해서는 안된다”며 한국일보 남후보를 맹공. 이와 함께 “모후보는 고교동창들에게 기협회장 한뒤 어디로 가겠다고 했다더라”며 또다른 후보를 겨냥하기도.

안후보는 지방기자협회장의 상근화와 지방기자협회지의 광고게재를 통한 안정적 재정기반 구축, 복지카드 서비스 확대, 기협 신용금고 설치등을 구체적인 공약으로 제시하고 “자정운동은 펴나가겠지만 기자들의 해외취재, 해외연수는 확대돼야 한다”며 “언론재단과 소속사등의 협조를 받아 기자협회 지회장들에게는 전원 임기내에 해외 언론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공언.

정치판 재판현상에 씁쓸


○…유세 공방 못지 않게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득표활동도 치열했다는 후문. 모후보는 부인까지 나서 선거운동을 펴기도 했는데 대의원들은 기자협회장의 줏가가 이처럼 높은 줄 몰랐다면서도 마치 정치판을 닮아가는 이상과열 현상에 씁쓸해하기도.

특히 선거과정에서는 물론 각 후보 연설에서까지 상대 후보를 겨냥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언론개혁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 표명과는 달리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도 적지 않았던 것과 관련,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반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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