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출입기자들에게 미안하다. 다른 당 기자들은 회식때마다 고기를 먹는다는데 우리는 된장찌개가 고작이다.” 자민련 윤병호 부대변인의 엄살이다. 돈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언론활동을 하고 있다며 슬쩍 다른 당의 ‘부유한 언론로비’를 부각시킨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각 당의 대언론활동도 불을 뿜고 있다. 언론보도에 대한 항의도 잦아지고 기사와 관련한 읍소도 많아졌다. 모당은 기자들에게 돈봉투를 뿌렸다는 미확인 소문도 나돈다.

그러나 정작 선거보도에 대한 ‘진지한 평가’를 들을 기회는 별로 없다. 각당 홍보관계자들의 선거보도 평가는 어떨까.

여당이 조직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야당은 ‘말’이 주무기다. 야당은 곧잘 언론보도의 편향성을 거론한다. 언론의 ‘여당봐주기’ 보도에 야당은 늘상 희생당했다는 것이 단골메뉴였다. 여당 보다는 야당의 언론비판이 강도 높은 것이 그간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보도에 대한 여당의 불만은 야당 못지 않다.

여당인 신한국당의 여현덕 선대위 부대변인은 언론의 ‘여당편들기’는 이제 사라졌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여당 조지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반응이다.

“좋게 보면 언론의 균형감각이 잡혀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언론들이 기존의 여당 편향이라는 선입견을 깨기위해 무리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당을 비판한다”

여 부대변인은 그 예로 대선자금 문제를 들었다. 아무런 팩트(fact)도 없이 야당의 주장만 나오면 기사화한다는 것이다. 갖가지 소문을 제대로 검증한 언론사가 어디 있느냐고 법문했다. 이에 비해 야당의 공천헌금 문제는 이상할 정도로 적게 다루어진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선대위의장간의 TV토론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야당의 언론플레이가 기승을 부렸다고도 지적한다. 당초 전국구 후보만이 토론프로에 나갈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도 야당의 언론플레이로 마치 자신들이 토론회 참석자들의 격을 들어 TV토론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여 부대변인의 결론은 “지금 언론이 정말 누구에게 유리한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의 언론보도 감시활동은 조직적이다. 10명으로 구성된 TV모니터팀을 가동하고 있다. 매일 이곳에선 모니터 보고서가 나온다.

“선거가 가까와지면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보도시간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3월 9일자) “균형을 잃은 총선판세보도”(3월 11일자) “신한국당에 불리한 내용 축소,누락 보도”(3월 12일자) 간단히 훑어본 주요내용들이다. TV모니터팀의 한 관계자는 “다른 방송에 비해 특히 SBS가 국민회의에 공정치 않다”고 밝혔다.

국민회의 박홍엽 부대변인은 “언론보도에 대한 평가가 조심스럽다”는 첫 반응을 보였다. 방송의 경우는 당 내부에선 ‘청와대 방송’이라고 호칭할만큼 문제가 많지만 신문보도는 평가하기가 주저스럽다는 것이다. 그만큼 신문이, 나아가 기자들이 비판에 익숙치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회의는 그 어느때보다 언론보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선거에 들어가기에 앞서 공정보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각 방송사를 방문,일련의 불공정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기선제압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수를 정확히 읽으면서 말을 번복해 말 바꾸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평까지 받을 정도로 김대중 총재의 언론다루기가 노회하다. 게다가 언론계 출신 실무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언론플레이’가 수준급이다. 언론보도 평가에 대한 말 조심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듯 하다.

박 부대변인은 최근 언론계의 핫 이슈로 떠 오른 MBC 파업문제가 반드시 야당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뜻밖의 분석’을 내놓았다.

국민이 MBC파업을 어떻게 볼것인지도 의문이고 여당 입장에서 이를 자신들의 선거전략으로 활용할 소지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파업은 지지하고 성원하지만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공정보도라는 대의명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기자들 사이에선 홍보활동이 그다지 세련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량급 뉴스가 한날 한시에 터져 나와 기사 비중을 죽이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이 민주당 출입기자들의 시각이다. 뚜렷한 정치 지도자나 지역기반을 갖고 있지 못하다보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잘 받지 못하는 약점도 있다. 민주당 당직자 들이 가장 싫어하는 ‘2중대론’도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용어이다.

그래서인지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다른 당에 비해 더하다. 한 기자의 표현에 따르면 “홍보기법을 알려줘도 잘 안된다”고 한다. 심지어 의원과 유착해 기사를 뽑아내고 싶어도 ‘밀착’수준을 넘지 않을 정도로 당직자들이 ‘대쪽기질’이다.

천호선 부대변인은 TV토론이 무산위기에 처해 있는 것에 많은 아쉬움을 드러냈다.신한국당이 집권당 답지 않게 옹졸한 처사를 보여 TV 토론을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천 부대변인은 기본적으로 현 정권의 언론통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해말 실시된 서울방송에 대한 세무조사 등 권력차원에서 언론에 올가미를 씌우기위한 노력이 꾸준히 그리고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을 장악해 선거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훤히 보인다는 지적이다.

자민련은 당초 기자 1명이 출입했으나 조선일보를 시작으로 지난달부터 기자 2명으로 출입기자가 늘었다. 출입기자들도 JP의 연륜을 감안 한 듯 고참기자들이 상당수다. 당직자들은 자신들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를 반겼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언론보도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것 같다.
자민련 윤병호 부대변인은 거침 없는 언론비판을 쏟아냈다.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고 언론보도에 불만이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당직자 회의에서 빠짐없이 언급되는 것이 언론보도 문제이다. 특히 엄연한 4당 구조를 양당구조로 몰아가려는 일각의 언론보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윤 부대변인은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도 불만이 적지 않았다. “최근 모신문이 보도한 차기 대권 후보 당선 가능성에 관한 설문 조사를 보라. 충청지역에서 DJ보다 우리당 총재가 더 적은 지지율을 얻었다. 이런 보도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겠는가”

윤 부대변인은 당 총재가 언론의 선입견과 편견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 총재의 과거 전력이 일정부분 문제가 있고 이에 대한 비판도 수용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인신공격성 형태로 언론에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개인이익이 아닌 ‘나라’를 위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자민련은 자신들에 대한 언론보도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아래 언론모니터팀을 구성,이번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윤 대변인은 언론모니터팀의 발족이 “언론을 공격하기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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