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 요지

신문 및 잡지의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경우 기사의 진실성이 증명되지 않는다 해도 그 기사가 진실이라고 믿은 데 대해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불법행위의 성립은 부정된다고 할 것이다.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 위해선 기사가 단순히 풍문이나 억측에 의거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 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보도기관이 취재활동과 관련, 특별조사권이 주어진 것도 아니고 보도에 요구되는 신속성 때문에 조사에 일정한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보도기관으로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 자료나 근거가 있음으로 족하다.

특히 수사기관의 공식적 발표를 그대로 보도한 경우 정보원의 신뢰도가 높고, 보도의 신속성, 사실탐지 능력의 한계, 피의자가 체포돼 직접 취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특히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진실이라고 오신(誤信)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 또 이럴 경우 피의자들의 부인사실을 조사해 게재하지 않았다거나 피의자들의 실명과 주소를 그 보도자료에 따라 그대로 보도했더라도 상당성 판단과 별도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다고 할 수는 없다.
(95년 5월 19일 서울지법 제12민사부)

2심 판결 요지

이 보도는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단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런 단계에선 아직 피의사실의 공표가 금지되고 있기 때문에 공공을 위한 지대한 정보의 이익이 없는 한 그 보도는 허용되지 않는다. 단순한 혐의는 오류의 개연성이 클 뿐 아니라 수사결과 증거부족으로 기소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법적인 절차를 염두에 두지 않은 독자는 수사의 개시만으로도 범죄의 증명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그 무고함이 밝혀지더라도 그 보도의 효과는 쉽게 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명을 써서 보도하는 것은 범인에 대한 보도가 허용될 경우라도 그 내용이 공적인 정보의 이익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만 국한된다. 원고 등은 공적 지위나 공적 생활에 등장한 바 없는 평범한 시민이었던 바 이들에 대한 혐의사실의 실명보도가 허용되는 범위는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또 ‘진실이라고 오신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해선 피의사실 공표금지 원칙에 따라 진실이라고 증명되더라도 피고들의 행위는 허용될 수 없지만 피고들의 주장을 판단하면 이렇다. 이 사건은 공보관이 아닌 담당 경찰관이 아무런 내부적 결재절차 없이 취재를 요청했음으로 공식발표라 할 수 없고 진실이라고 오신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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