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심에서 다시 격돌하게 될 원고측(유모씨 등)과 피고측(동아일보 등) 변호인은 이번 2심 판결에 대해 ‘피의자 인권보호’라는 총론엔 의견을 같이 했지만 이 총론을 우리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선 상당한 인식의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원고측 홍승기 변호사는 “언론사의 형사사건 보도에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후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일반 시민들의 피의사실을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그들에게 회복불능의 모멸감을 심어주는 일이며 이는 폭행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측 차형근 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외면한 지나치게 이상적인 판결”이라며 “결국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차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굳어져 정치관련 기사에도 적용될 경우 언론의 위축은 물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크게 우려된다”고 관측했다.

이들 평가의 차이는 ‘피의사실 공표금지’ 원칙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홍변호사는 “이미 유럽언론 등은 공인이 아닐 경우 피의사실 공표금지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며 “오히려 이런 판결이 때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홍변호사는 “설령 공보관의 발표라고 해도 피의사실 공표는 인정될 수 없다”며 “국가기관이 일반시민의 피의사실을 보도자료로 제공하는 것은 국가적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차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정도를 고려했을 때 개인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할 경우 ‘표현의 자유 우월주의’ 원칙과 보도특권이 인정됐다”며 “이런 시점에서 보도된 사실이 진실이 아니라 해도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면책특권이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차변호사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과 일본의 판례를 봐도 더 이상의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신뢰할 만한 기관의 공식 비공식 발표로만 기사를 쓸 경우 악의가 발견되지 않는 한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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