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를 잡아라.”

분당, 일산 등 수도권 지역 신도시 주민을 독자로 확보하기 위한 신문사간의 경쟁이 뜨겁다. 신도시 문제를 다룬 기획기사와 해설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수도권판은 물론 1면이나 사회면 머릿기사로 올라오는 사례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다. 고가의 판촉물이나 이삿짐 날라주기 등 각종 서비스를 통한 ‘독자불리기’ 경쟁이 신도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신문의 신도시 공략은 판매조직이 현장에서 뛰고 기사가 이를 뒷받침해주는 입체전략이다. 모 중앙일간지의 경우 지난 2월 일산 관련 기사를 두차례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뒤 일산지역에 판촉요원을 대거 투입해 이 기사가 실린 신문을 대량 배포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2월9일 일산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족기능 유치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정부를 상대로 1천5백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내기로 한 것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동아는 최근 다른 신문에 비해 눈에 띠게 일산 신도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와 관련 언론계는 “동아가 일산을 전략지역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 김종완전국부장은 “올해들어 일산지역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편의시설 부족 등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고 이에 따라 기사가 많아진 것이다”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밝혔다.

그러나 각 사 판매국 관계자들의 말은 다르다. 지난해말 중앙 경향등이 아파트 지역에 대한 판매공세를 강화하면서 일산 등 신도시 지역을 상당히 파고들었고 이에 대해 동아가 위기감을 느끼면서 올해 역공에 나섰다는 것이다.

동아의 이같은 일산 공략에 대해 중앙은 ‘신도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연재 기획으로 대응했다. 다른 신문들도 해설은 물론 사설까지 동원해 신도시 전반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점검했다. 이 시기 중앙지간에는 손해배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수도권 지역 5개 신도시 입주자 대표회의 의장을 자사 지면에 모셔오기 위한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신문의 경우 최근 성남등 신도시 관련 지역에 주재기자를 충원했다.

중앙지의 지면경쟁은 주민들의 민원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누가 먼저 쳐주는 가에 모아지고 있다. 분당지역 한 지국장은 “여가시설 없다 등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기사가 나오면 금방 반응이 온다”고 말했다. 이는 신도시의 지역적 특성을 잘 말해준다. 떠나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고 그렇다보니 구독 사이클에도 변화가 심하다는 것이다.

판매경쟁도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잇단 경고로 다른 지역에서는 수그러든 판촉물 제공이 신도시에서만큼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뻐꾸기 시계 제공, 위성 안테나 설치등 내용물도 다양하다. 특히 주부들이 뻐꾸기 시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경쟁사에서는 “뻐꾸기 시계를 잡아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세계일보의 경우는 분당등 신도시 지역에 ‘이삿짐 날라주기’로 초기 짭짤한 재미를 보았으나 1-2년이 지나면서 구독을 끊는 독자들이 많아져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판매 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다.

중앙지의 이같은 수도권 신도시 독자 확보 경쟁은 이들 지역의 신문시장이 형성 단계에 있는 ‘특별한 지역’이라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그만큼 부동층이 많다는 것이다. 또 안정된 직장인이 대부분으로 이들은 각 신문의 주요 공략 계층이기도 하다. 가장 평균적인 독자인 이들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의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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