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국면에서 방송의 ‘편파’가 문제되는 것은 비단 선거와 관련된 사안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방송 보도의 일반적인, 상습적인 ‘편파’가 공정한 선거 여건 조성에 더 해악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경우가 선거를 겨냥한 정부 여당의 선심성 정책 발표를 여과없이 확대 보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축소 보도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사안에 대한 평가에서 보도 가치에 대한 엄정한 잣대가 적용된다면 구태여 시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축소‘와 ‘평가절하’가 이뤄진다면 ‘기자의 판단’ ‘언론의 시각’이란 잣대는 그 평가 척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현 정권의 개혁의지 및 도덕성과 관련,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장학로 전청와대 부속실장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상식밖으로 보도 비중을 낮춰 보도하고 있는가하면 검찰 수사 발표를 옮기는 정도에서 보도의 수위를 조정하고 있는 것은 정부 여당 편들기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방송의 이같은 보도 태도는 김대통령의 환경복지국가 선언등을 크게 부각시켜 보도한 것과도 대조가 되는 것으로 정부 여당에 유리한 보도는 키우고 불리한 보도는 줄이는 편파보도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다음은 각 방송 보도에 대한 일일 모니터 결과 요약이다.

장학로씨 비리보도 의도적 축소

정부 여당에 유리한 정책 기사는 키운 반면 장학노 전청와대부속실장 거액 뇌물 수수사건은 축소 보도로 일관했다.

검찰의 장씨 소환소식이 알려진 3월21일 방송 3사는 김대통령의 이날 ‘녹색환경국가 건설’이라는 추상적 정책 천명을 첫번째 아이템등으로 비중을 키워 보도한 반면 장씨 검찰 소환기사는 상대적으로 비중을 낮춰 보도했다. 또 장씨 사건을 보도하면서도 정부의 단호한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강조하는 기사를 곁들여 내보내는 ‘배려’를 보이기도 했다.

KBS는 이날 대다수 신문들이 장 전실장 소환소식을 1면 머릿기사등으로 보도한 것과는 달리 김대통령의 환경복지국가 건설 천명을 첫번째 기사로 보도하고 MBC, SBS도 역시 대통령의 정책발표 기사 다음 기사로 다루었다.

SBS는 특히 장전실장의 재산 위장 분산 의혹과 관련한 보도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제목아래 장실장의 부인 사실을 보도하면서 장실장의 소명자료 제출 사실보다 대통령의 엄중 수사 지시를 더 부각시켰다. 나아가 “김대통령은 돈을 안받겠다는 약속을 지켜왔으며 추방의지에는 변화 없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인터뷰를 내보내 장전실장 사건의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파문확산을 최소화시키고자 하는 청와대의 ‘의중’에 충실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방송3사는 장전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22일에도 이를 3번째, 혹은 7, 8번째 기사로 내보냈으며 장씨가 구속된 23, 24일 주말 뉴스에서도 검찰의 수사 발표만을 그대로 인용보도하는 태도를 보였다. MBC의 경우 24일 앵커가 뉴스를 시작하면서 “돈에 길들여지는 권력, 권력에 길들여지는 언론, 그 사슬이 끊어지지 않으면 권력형 비리척결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차 입증해주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정작 검찰 수사의 미진함등에 대한 심층보도가 이뤄지지 않아 앵커 멘트 따로, 보도 따로의 이중성을 보였다.

대통령동정보도 여전히 확대

20일 중소기업과 관련된 정부 정책과 대통령 지시를 방송 3사는 각기 2,3번째 기사로 대폭 키워 보도하는가 하면 22일에는 별달리 새로운 내용이 없는 대한상이군경회 간부들과의 오찬모임을 4번째(SBS), 6번째(MBC) 기사로 내보내고 이어 11번째 기사로 다시 ‘물의 날’ 관련 보도를 내보내면서 역시 김태통령의 통치의지와 이를 연관시켜 보도하는등 김대통령 부각시키기가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장전실장 구속 보도가 나간 23일 부정부패 엄단을 강조한 청와대 비서관 회의소식을 SBS는 첫번째 기사로, KBS와 MBC는 3번째 기사로 각각 내보내면서 대통령의 발언을 단독 기사로 처리(KBS)하는가 하면 윤여준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인용, “비통함을 털어놓으며 질책” “김대통령의 심기와 표정은 매우 무거웠다”는 식으로 8분간의 회의내용을 무려 2분8초간에 상세히 보도(MBC)하면서 ‘고뇌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부각에 부심했다. SBS는 특히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관회의 발언 내용을 첫번째 기사로 다루면서 “청교도 정신, 칼국수, 안가 부수고…”등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부각시키는 보도태도로 일관했다.

여야 보도시간 편차 심해

총선 관련 보도에서 여야당에 할애하는 보도시간이 여전히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표 참조

신한국당에 비해 자민련의 경우 크게는 절반정도의 시간밖에 할애되지 않는가 하면 일부 화면 편파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일 미 하원에서 열린 북한문제 청문회에서 윈스턴 로드 미국무부 차관보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강화보다 남북 관계 진전이 먼저 진전돼야한다”는 발언의 주요 골자를 외면한채 “(북한) 병력 전진배치”를 강조, 위기의식을 조장(SBS)하는 보도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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