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각 신문의 ‘선거풍토, 선거문화’ 관련기사들이 흥미위주로 부정적인 모습을 부각시켜 ‘바람직한 선거문화’ 정착이라는 기획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감연 신문분과가 경향·동아·조선·한국·한겨레 등 6개 일간지를 모니터한 결과, 불법, 타락선거운동 보도를 확대해 정치에 대한 불신풍조를 조장하는 등 선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것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유권자들에게 정치를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정보나 시각을 제공해주기보다는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일관하는 등 선거 참여의식을 고양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 선거운동대상으로만 취급

이번 총선에서 일명 신세대, 모래시계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유권자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유별나다. 젊은 계층이 전체 유권자의 56%를 차지하고 있는 높은 비중과 함께 ‘세몰이’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부동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문들은 20∼30대 유권자들을 선거운동의 대상으로 주목할 뿐, 선거의 주체인 유권자로서 분석하지 못하며 대상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젊은 계층의 유권자가 바라보는 정치나 선거관, 요구 등은 거
론되지 않은 채, 이 계층의 특성이나 현상적 모습만 언급되고 있다.

특히 중앙은 “20대 표, 아예 포기한다”(3.7 역설이 지배하는 표밭쩖)에서 “투표율이 절반 정도이기 때문에 서울시 20대 유권자는 사실 그 절반으로 계산돼야 옳다, 각당이 20대보다는 30대, 40대에 주 타깃을 두고 있다”면서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회의 이해찬의원의 말, 지난 선거의 투표율 등을 근거로 들고 있는데, 제시된 근거가 빈약한 상태에서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의 실체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다. 단지 무관심의 정도가 예전보다 더 심화되어 각 정당들이 고심하고 있는 현상을 역설할 뿐이다.

각 당의 20대 공략을 다룬 기사들을 보면, 유권자의 권리는 배제된 채 ‘표’로써만 접근하는 태도가 더욱 역력하게 나타난다. “감각적 20대, 이념적 30대”(문화 3.5 5면), “젊은 표심을 읽어라”(경향 3.8 3면), “신세대 공략 아이디어 만발”(동아 3.15), “신세대 입맛에 맞춰라”(한겨레 3.1) 등 20∼30대의 정치의식이나 요구사항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다. 20∼30대를 겨냥한 선거운동, 접근방법, 공략 아이디어만을 다루고 있다. 특히 ‘감각적 선거운동’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의 문제점과 이런 현상을 유권자의 반응 등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동아의 기획기사 ‘신세대 유권자’(3.2∼10)는 20대의 정치의식과 성향, 여론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기사의 초점이 부정적인 측면에 맞춰져 20∼30대의 긍정적인 모습이나 가능성은 차단되고 있다.

“‘냉소주의’만연 투표율 저조”(3.7)는 역대 선거에 참여한 투표성향을 분석해 신세대의 정치 불신, 무관심, 냉소주의를 지적하고 있으나 원인분석이 빠져 있다.

결국 신문들은 20대의 정치적 무관심, 낮은 투표율 등을 정치권의 입장을 통해서만 설명해 이들의 정치의식, 성향, 투표행태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은 못하고 있다. 20∼30대가 유권자의 절반을 넘고 이들의 투표가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면, 언론은 좀더 신중하게 세대분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이들을 긍정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 즉 유권자를 선거에서 배제, 투표하는 주체가 아니라 ‘선거운동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겨레는 칼럼 <유권자의 소리>를 통해 각계각층의 유권자가 이번 총선에 바라는 요구사항을 게재, 나름대로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인터뷰 형식이라 유권자의 소리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을 확인할 수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올바른 선거문화풍토조성엔 소홀

‘표밭 새풍속’(경향 3.3∼17), ‘역설이 지배하는 표밭’(중앙 3.7∼10), ‘4·11 새풍속도’(한국 3.5∼10), ‘달라지는 선거문화’(한겨레 3.2∼) 등 각 신문의 기획기사들은 예전 선거와 비교해 ‘변화하는 현상’들을 다루고 있다. 대부분 후보자들의 선거운동과 관련해 흥미거리, 가십거리에만 초점을 맞춰 ‘더 나아진 선거문화, 발전된 현상’들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외모 가꾸기 열풍, 감각 홍보, 물 만난 도우미들, 개성 있는 로고송” 등 접근 자체가 감각적·선정적이다. 경향은 “최첨단 의정보고, 패션 명함, 길거리 농구, 첨단 유세장비, 노래 못하면 표밭 썰렁” 등 예전 선거 때와 다른 방법으로 유권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후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는 “겉치레 벗고 한마음 잔치”(3.9)처럼 건전하게 후원회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나아진 모습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대도시서도 지연바람’(3.17)처럼 ‘지역주의·연고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을 다룬 기사의 경우, 문제제기나 비판이 없어 기획의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소개된 선거운동 방식의 ‘불법’ 여부나 비용 등도 언급하지 않은 채 ‘달라진 새로운 면’으로만 접근한 것에 대한 우려도 지적됐다. 결국 신문이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홍보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

중앙의 ‘역설이 지배하는 표밭’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선거를 바라보고 있다. ‘3김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 편에서는 “각 후보들이 3김과 거리를 두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3김 대리전이라는 이번 총선의 큰 물줄기를 거스르는 역설”이라며 ‘지역 대표’를 뽑는 총선의 의미를 ‘3김 대리전’으로 왜곡하고 있다. ‘무소속 아닌 무소속이 판친다’에서는 무소속 후보의 선거운동을 다루면서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가 하면, ‘선거법은 모르는 게 약’을 통해서는 불법선거운동까지 조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겨레의 ‘달라지는 선거문화’기획은 선거풍토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총선 화제인물’ 기획은 이번 총선에서 올바른 선거문화 풍토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물들을 소개, 유권자의 시각에서 선거를 바로보고 참여할 수 있는 사례를 제공해 돋보였다.

‘불법·타락’ 운동행태는 과장

각 신문은 흥미위주의 접근으로 ‘선거풍토’를 다루면서, 한편으론 ‘불법·타락·혼탁 선거’를 강조해 선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것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나 불신, 무관심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탈정치화’를 부추겨 참여의식을 저하시킬 우려가 크다.

특히 ‘불법·탈법선거’ 관련기사는 실제 내용보다 ‘키워지거나 부풀려지는’ 게 더욱 큰 문제다.

한국의 ‘직능단체 혼탁 부추긴다’ (3.16 1면 머릿기사)는 “신한국당이 직능단체의 잘못된 운동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야3당도 이들 직능단체를 무차별적인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며 야당도 탈법을 저지르고 있는 듯 보도했다. “불법선거 갈수록 기승”(3.20 1면 머릿기사)은 어느 당, 어느 후보가 불법을 저지르는지에 대한 구체적 근거없이 사례들만 열거하는가 하면 ‘금품향응, 흑색선전’ 등 선거시기 ‘단골메뉴’를 갖고 1면 머릿기사로 크게 보도했다.

불법의 주체는 밝히지 않은 채 무조건 ‘불법·타락’만 강조한다면 유권자에게 선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뿐이다. 따라서 잘못된 풍토와 문화를 지적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확실한 근거를 밝혀서 유권자들이 “어느 후보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가”를 알게 하여야 한다.

유권자들이 올바르게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일, 선거시기 언론의 기본역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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