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듣다 보면 종종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게 된다. 실수라 치자면 그래도 낫겠지만 상습적이고 다분히 의도적인 표현이 서슴없이 튀어나오고, 조금만 성의가 있으면 고쳐질 발음들이 표준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자기만의 습성대로 편리하게 뭉개져버린다. 이렇게 예기치 않은 언어오염과 만날 때 방송은 어느새 짜증스런 모습일 뿐이다.

“말이 나 억양이 어떻든, 전달하려는 요소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보여주려는 장면을 인상깊게 보여준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들이 과연 진정으로 방송을 사랑하고 위하는 사람일는지 의심스럽다. 제작자나 출연자들의 언어에 대한 몰이해와 말에 대한 책임의식 부재는 결국 방송을 사랑하는 시청자에 대한 기만이며, 국민언어 생활을 오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세상에는 무수한 규범과 약속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표준어란 언어의 규범이자 약속이다. 우리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들 때까지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면서 수없는 ‘말’을 접한다. 그 ‘말’들은 상대방에게 오고 가면서 여과되고 정제되는 과정을 거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너무나 방대해진 전파매체의 언어는 수용자와의 교감없이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일 수 밖에 없다. 방송을 통해 온종일 눈과 귀를 파고드는 언어는 그것이 정제된 언어이든 비표준어이든 수동적 시청자들의 기억에 각인 되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재활용된다. 방송에서의 언어에 대한 비중은 밑을 받치고 있는 뿌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놓치기가 쉽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제작자나 출연자들은 국민의 언어교사라는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모범적인 그러나 정형화되지 않은 방송언어의 사용으로 국민언어를 순화하고 미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은 없지만 출연자들 각개의 습성이나 태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언어는 물론 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말 한마디가 국민언어생활에 끼치는 영향의 정도를 절실하게 인식하고 표준말을 구사하려는 성의 있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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