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으로 투병하던 탤런트 장진영씨가 사망했던 날 오후 트위터에 “장진영씨 사망했다네요”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때는 아직 어디에도 속보가 뜨지 않은 상황이었다. 리트윗이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진짜 맞느냐”, “어디서 들었느냐”는 질문도 쏟아졌다. 출처는 한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팀이었다. 뉴스 편집자가 친구에게 메신저로 말한 내용이 건너건너 트위터에 올라왔고 순식간에 퍼졌다. 연합뉴스에 속보가 올라온 것은 몇 분 뒤였다.

정운찬 서울대 교수가 국무총리에 내정되던 날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에서 기자들에게 오후 3시 엠바고를 걸어뒀는데 이미 점심 무렵부터 이 소식이 트위터에 파다하게 떠돌았다. 엠바고 사안이라고 하지만 당연히 언론사 내부에서는 충분히 공유가 됐고 이들의 입을 모두 막을 수는 없는 일. 한 언론사 기자가 이를 트위터에 흘렸고 곧이어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이 이를 확인해 줬다. 트위터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트위터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와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가 결합된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글자 수는 140자로 제한돼 있는데 메시지를 전송하면 등록된 ‘팔로워’들에게 메시지가 곧바로 전달되고 답장도 바로 받을 수 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정보의 확산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휴대전화 단말기로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불특정 다수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로 분류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인도 뭄바이에서 폭탄테러가 벌어졌을 때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곳도 트위터였다. 올해 6월 이란 부정선거 사태와 7월 중국 위구르 유혈사태도 트위터가 언론보다 더 빠르고 정확했다. BBC 인터넷판 편집장 스티브 헐만은 “외신기자들 통행이 제한돼 있어 트위터에서 흘러나온 정보들을 중심으로 사실확인을 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CNN이 하지 못한 일을 트위터가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지난해 12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났을 때 이 소식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까지는 겨우 2~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 탑승객이 아이폰을 꺼내서 “이런 젠장, 방금 비행기 사고 났어!(Holy shit, I was just in a plane crash!)”라고 올린 것이다. 올해 1월 뉴욕 허드슨강에 비행기가 비상착륙했을 때도 트위터 속보가 뉴욕타임즈보다 15분이나 더 빨랐다.

지난달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에서는 트위터가 유권자들의 정보 공유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가 언론보도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레반의 투표소 공격 등 선거방해 폭력이 계속됐는데 트위터를 통해서 속보가 쏟아졌다.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휴대전화 보급률 덕분이지만 일반인들의 문자 메시지 제보도 잇따랐고 관련 트윗을 모아서 중계하는 사이트도 생겨났다.

독일에서는 지난달 30일 주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트위터를 통해 사전 유출된 사건도 있었다. 아직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선거가 끝나기 전에 출구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관례적으로 정치권에 전달되던 정보가 1시간 전에 흘러나온 것.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출구조사 결과가 투표완료 전에 유출된다면 선거의 법적효력 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트위터에 대한 감시와 단속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선관위는 다음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후보자와 팬클럽의 트위터를 철저하게 감시, 단속키로 했다. 트위터 서버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계정 차단이나 게시물 삭제는 어렵겠지만 인터넷 망 사업자를 통해 접속을 차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가 배우 김민선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과 관련, 배우 박중훈씨가 트위터에서 보수논객 변희재씨를 비판하고 나선 것도 주목된다. 과거 같으면 언론 인터뷰가 아니면 박씨가 공개적인 발언을 할 기회가 없었겠지만 이번 경우는 박씨가 직접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주류 언론은 부랴부랴 이를 인용하는데 그쳤다. 유명 연예인들은 계정을 개설하자마자 수천명의 팔로워를 만들어 낸다.
정치부 기자들도 요즘 정치인들 트위터를 모니터링 하기에 바쁘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최근 “민주당이 자꾸 날 비난하는데 옳지 못하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직권상정 과정을 다 털어놓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도 트위터에서였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앞 다퉈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고 유권자들에게 구애를 펼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신변잡기가 대부분이지만 본격적인 선거국면이 되면 첨예한 이슈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트위터는 전통적인 뉴스의 소비자들을 생산자로 끌어들였다. 취재원이 직접 뉴스를 만들어 내고 누구나 수천수만명의 독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 취재원과 독자를 중개하고 여기에 분석을 더하는 언론의 역할이 사라진 셈이다. 불특정 다수가 뉴스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참여하면서 정보의 전달 속도가 빨라지고 뉴스의 외연이 확장됐지만 그만큼 정보의 왜곡 가능성도 커졌고 부작용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가수 손담비씨나 민주공화당 허경영 총재를 사칭한 트위터가 나타나 논란이 된 적도 있고 미국에서는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가 사망했다는 오보가 트위터에 나돌기도 했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갔다는 루머도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향후 선거법 위반이나 명예훼손, 주가조작 시비가 벌어질 우려도 크다. 트위터 메시지의 40%가 무의미한 잡담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온 바 있다.

이성규 태터앤미디어 팀장은 “가치판단 여부에 앞서 뉴스 소스의 다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과거처럼 주류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고 독자들이 일방적으로 이를 수용하는 시스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이 팀장은 “정보의 유통속도가 빨라진 만큼 잘못된 정보가 검증되고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협업 필터링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기자는 “뉴스의 생산과 유통 시스템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는데 아직까지 전통 언론은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셜 미디어 전문 에디터를 두거나 독자들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아울러 개인들도 사적이면서 공적인 네트워크가 갖는 사회적 파장과 책임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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